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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김정일은 政敵을 감옥에… 김정은은 바로 처형”

입력 | 2015-05-14 03:00:00

[北 김정은 ‘공포 통치’]
집권 4년차 김정은 ‘공포의 일상화’




작년 고사총 처형 장면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북한인권위원회(NHNK)가 최근 “지난해 10월 평양 인근 사격장에서 고사총(작은 사진)으로 공개 총살형이 집행되는 장면”이라고 공개한 인공위성 사진.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 대공화기로 총구가 4개인 고사총이고, 그 옆으로 처형 대상이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뉴시스·동아일보DB

‘아버지 시대를 뛰어넘는 잔인함.’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 비교할 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숙청 방식은 훨씬 잔인하고 충격적이라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반당 반혁명 등 중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을 때라야 숙청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김정은의 지시에 토를 달거나 불만을 제기할 경우에도 가차 없이 숙청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후계자로 올라서는 기간이 짧아 체제를 공고화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충격적인 공포정치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처형 대상 10여 명 대 70여 명

 북한 조선중앙TV가 5∼11일 방영한 ‘김정은 인민군대 사업(2015년 3월) 현지지도’ 기록영화 장면. 왼쪽에 지난달 30일경 숙청당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얼굴(점선 안)이 보인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TV

집권 4년 차를 맞는 김정은이 지금까지 처형한 간부는 모두 70여 명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2012년 3명에 이어 △2013년 30여 명 △2014년 31명이 처형됐다. 올해도 이미 8명이 잔혹한 방식으로 처형되는 등 ‘공포’의 일상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의 아버지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집권 초기 4년간 10여 명을 처형했다.

고모부 장성택과 같은 최고위급은 물론이고 중앙당 과장급과 지방당 비서급 등 중간 간부들까지도 즉각적인 처형 대상이 됐다는 사실도 과거 아버지 김정일 시대와는 달라진 점이다. 한 정보 소식통은 13일 “김정일 시대에도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탱크로 참혹하게 처형을 집행한 사례가 간혹 있었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고 전했다.

군과 원로를 예우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을 통해 군부 길들이기 ‘제2라운드’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 지도자로 등극한 뒤 잦은 군 인사를 통해 기강잡기를 했던 김정은이 이번에는 인민무력부장을 공개 총살하는 방식으로 충격요법을 가했다는 것.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김정은은 군의 이권 사업을 내각으로 넘기라고 지시했지만 군부의 반발로 실패했다”며 “내각으로 외화벌이 사업이 들어와야만 특구사업 등을 할 수 있는데 군부가 반발하니 현영철을 본보기로 숙청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현영철의 처형에 총신이 4개이며 분당 12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고사총을 사용했다는 첩보를 전했다. 고사총은 대공(對空)화기다. 앞서 화염방사기 등을 동원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방식을 사용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배신자는 신성한 조국 땅에 뼈를 묻을 자격도 없다”는 김정은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셈이다.

처형 전 참관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하기도 하고, 집행 후에는 처형된 자를 비난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소감문을 작성하도록 강요한다는 전언도 나온다. 미 CNN방송은 북한에서 고위직을 지냈던 탈북자 박모 씨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은 정적들을 감옥에 가둔 반면 김정은은 단순하게 처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일각에선 남북관계 악화 우려

그러나 북한 전문가 일부는 현영철 고사포 총살을 100% 사실로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영철이 처형됐음에도 10여 일이 넘도록 북한 관영매체 기록영화에 현영철의 모습이 삭제되지 않고 방송되는 것에 대해 정보 당국은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해 민감한 첩보 공개에도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번 첩보 공개로 남북관계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며 “민감한 첩보 내용일수록 그 진위를 철저히 따져본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안 jkim@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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