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공포 통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누구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한 불경·불충죄로 잔혹하게 처형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김정은이 북한의 권력을 넘겨받는 과도기에 큰 공을 세워 승승장구했던 인물이었다.
2008년 8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이 본격적으로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넘기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개월여가 지난 그해 10월경이었다. 북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바로 다음 달인 2008년 11월 아버지로부터 군 지휘권을 넘겨받았고, 이듬해 3월까지 순차적으로 보위부와 정찰총국을 장악하게 된다.
김정은은 군 지휘권을 넘겨받으면서 제일 먼저 아버지에게 “조국을 배신해 달아나는 자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고 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내건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당시만 해도 2006년 2000명을 넘어선 한국 입국 탈북자가 매년 수백 명씩 늘어날 때였다.
이 공로로 현영철은 김정은의 눈에 들어 1선 군단장 출신이 아님에도 2010년 9월 인민군 대장 겸 당 중앙위원에 임명됐다. 김정은은 2012년 7월 군부 1인자였던 이영호 군 총참모장이 숙청되자 그를 후임 총참모장으로 임명했다. 현영철의 계급도 차수로 올랐다. 이때가 그의 전성기였다.
현영철은 벼락출세로 총참모장에 올랐지만 군 통솔을 김정은의 뜻대로 잘하진 못했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군부 수중에 있던 엄청난 규모의 외화벌이 권한을 자기 수중에 넣으려 했다. 군부는 당연히 이에 반발했고 이런 기득권의 충돌이 이영호의 숙청까지 이어졌다.
총참모장에 오른 현영철은 김정은과 장성택의 뜻에 따라 군부의 돈줄을 순순히 넘겨주고 반발도 다독여야 했지만 수하에 내로라하는 군 선배들이 즐비한 현실에서 그로서는 힘에 부친 과제였다. 마침내 2012년 가을 김정은은 군인들의 영양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현영철을 현지 해안포 중대 중대장으로 한 달 동안 있게 하고 계급도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시켰다. 이듬해 5월에는 전방 군인 3명이 잇따라 귀순하자 그 책임을 지고 전방 5군단장으로 좌천됐고, 계급도 다시 상장으로 강등됐다. 그리고 지난해 6월 다시 인민무력부장이라는 대장 자리로 복권한 것이다. 파란만장 부침이 심했던 그가 바야흐로 중심 권력 안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숙청으로 마지막이 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