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휩싸인 여야] 연금개혁 마찰 청와대에 문제 제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현재 주어진 여건에서 더할 수 없이 잘된 안”이라며 “개혁안이 잘못됐는지, 잘됐는지 정부의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도 “청와대가 합의 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중에 다른 말을 한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여권이 야당 전략에 말려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야 협상을 염두에 둔 김 대표의 ‘명분 쌓기’라는 관측도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에서도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는데 나는 정말 참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며 “하나 마나 한 맹탕개혁, 졸속, 비열한 거래 등 매도당하면서 온통 오물을 뒤집어써야 하는지 참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그동안 청와대를 향해 몸을 낮췄던 김 대표가 반격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무원연금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던 김 대표의 최근 모습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6일 청와대의 기류를 감안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라는 내용을 국회 규칙에 별첨하는 것에 반대했고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무산됐다. 이후 합의문 작성 과정을 둘러싼 당청 간 갈등에서도 김 대표는 8일 “(청와대는) 끝까지 반대했다”며 수습하기도 했다.
○ 당정청 회의서 연금개혁 조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말한 것처럼 그런(수정하라는) 뜻은 아니었다”며 “미흡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대로 먼저 처리해 달라는 것이 청와대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3일 “17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에 청와대와 정부의 책임 있는 분들이 오니까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제대로 토론해보겠다”고 말했다. 17일 회의에서 당청 간 의견이 조율될 것이라는 얘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은 청와대 2중대”라고 비판하며 당청 갈등을 유도한 것이 여권 내 분란을 부채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 야당과의 협상재개 명분 쌓기용?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민연금은 별개’라는 청와대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전선을 좁히겠다는 것. 김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 인상’은 터무니없는 혹이며 증세라는 국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야당에 촉구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