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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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병원 개원을 준비 중인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71)의 말이다. 이 병원은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1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해 11월 말 준공 예정이다. 평생 수행에 전념하던 스님은 주지 소임을 맡아 요양병원 때문에 재원을 마련하고 관공서를 찾아다니느라 혼쭐이 났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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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요양병원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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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 스님의 저서 ‘허공처럼 살아라’ 표지.
“주지로 취임한 뒤 음력 초하루 법회마다 했던 법문을 모았다.”
―허공은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생각을 허공처럼 비우라는 말이다. 망상과 번뇌를 다 비우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면 오히려 모든 것이 자기 것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산하만물이 모두 허공 속에 있으니 그게 비어 있으면 온갖 것을 다 갖는 것이다.”
―범부(凡夫)들에게 쉬운 얘기는 아니다.
―세상은 여전히 많은 갈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런 갈등을 풀 해법은 없나.
“부처님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옳고 그른 것도 둘이 아니고, 좋고 나쁜 것도 둘이 아니라고 하셨다. 가정의 주인은 가족, 나라의 주인은 국민, 우주의 주인은 모든 생명체 아닌가. 둘이 아닌 주인끼리 서로를 내 몸처럼 사랑하고 아끼면 갈등이 있을 수 없다. 부처님을 따르는 불교는 역사상 포교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다. 생명을 죽이는 일은 죄를, 생명을 살리는 일은 복을 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복을 지어야 하는가.
“옛날에는 윤리 도덕이었고, 요즘은 인성 교육을 얘기한다. 그런데 이 교육이 너무 미비해 사회적 불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도 물질만능에 사로잡혀 안전을 등한시하다 보니 발생한 것 아닌가. 종교를 빙자해 물질에 탐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영어 수학만 가르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의 바탕 위에 영어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 효와 신의, 충성 같은 꼭 필요한 가치들이 우리 사회에서 실종됐다.”
“주지 소임이 익숙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4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다. 선원과 템플 스테이 회관 조성도 시작했는데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쉽다.”
―세상에 대한 조언을 해 달라.
“정치,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국민들이 한쪽 편을 들 게 아니라 주인으로 정신을 차려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꾸짖어야 한다. 무엇보다 위정자들에게 할 말은 나라의 중심 사상을 바로 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내 몸을 ‘운전’하는 것은 정신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신이 똑바로 서야 나라가 바르게 갈 수 있다.”
―종교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바르게 안 하니까 불신이 싹트는 것이다. 여법(如法)이라는 말처럼 부처님 법대로만 살면 불신이 해소된다. 남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바르게 사는 게 먼저다.”
양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