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의 자동차가 순발력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추기는 쉽지 않다. 둘 중에 하나를 가졌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이 둘을 얼마나 조화롭게 만드느냐는 자동차 엔지니어들의 영원한 숙제다.
차를 성격으로 구분할 때 서로 대비되는 스포츠카와 세단.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스포츠카는 순발력과 민첩성을 생명으로 하고, 세단은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우선한다. 실제로 출렁출렁 편하게 달리는 차가 정확한 코너링을 구사하기는 힘들다. 대형 세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대형 세단 오너들은 차를 고를 때 민첩함보다는 얼마나 편안한지를 먼저 고려한다.
하지만 잘 만든 스포츠카는 정반대다. 차를 설계할 때 순발력과 민첩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승차감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이고, 강성을 높여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이렇게 만들어야 민첩하고 자로 잰 듯 정확한 코너링이 가능해진다. 제대로 된 스포츠카는 차선을 변경할 때 앞뒤 바퀴가 차례로 옆 차선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동을 하듯 차체가 통째로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대형 세단이 스포츠카와 같이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어떨까. 최근 혼다가 국내에 출시한 뉴 레전드는 시승에서 평범하지 않은 주행능력을 보여줬다. 반듯한 도로에서 한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급한 커브에서의 코너링은 날카롭고 민첩했기 때문이다. 길이 5m에 달하는 대형 세단의 움직임치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했다.
P-AWS는 후륜 좌우의 리어 토(Rear Toe)를 독립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직선 주행이나 코너링, 차선변경, 제동 등 차의 방향이나 속도를 제어할 때 후륜의 이동각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조정이 쉽고 민첩해 안정적인 조정과 감속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시스템들은 급제동시 뒷바퀴가 각각 안쪽으로 정렬돼 안전성을 높이고, 코너에서는 각 상황에 맞게 따로따로 움직이며 차를 제어한다. 스포츠카와 같은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한 이유다.
#미국에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아
뉴 레전드는 ‘기술의 혼다’가 만든 차답게 잔재주보다는 정통성과 실용성을 추구한다. 심장은 혼다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기술인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Earth Dreams Technology)’를 적용한 3.5리터 i-VTEC V6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여기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341마력, 최대토크 37.6kg.m을 발휘한다.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9.7km/ℓ.
레전드의 디자인은 정통 세단을 계승했다. 이번 5세대 모델은 이전보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반영해 세련되고 유려한 스타일을 자랑한다. 전면과 후면에 안정감 있는 범퍼를 적용하고 폭이 넓은 루프로 균형 잡힌 외관을 완성했다.
#고급스러운 실내에 정숙성 수준급
내부는 넓고 고급스럽게 꾸몄다. 마감재나 가죽의 질감이 뛰어나고, 오디오나 세부 사양 등도 최고급으로 구성했다. 운전자 중심으로 각종 버튼을 배치했는데 센터페시아 상단에 내비게이션을 겸한 8인치 모니터를 두고 바로 아래의 7인치 터치 패널로는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안전장치는 저속추종시스템을 추가한 자동감응식정속주행장치와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추동경감제동시스템, 멀티뷰카메라시스템, 사각지대경보시스템 등이 있다.
차급을 결정하는 전장은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보다 10cm가량 길고, S클래스나 7시리즈보다는 10cm가량 작다고 보면 된다. 뉴 레전드는 국내에 들어온 이상 독일차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가격은 6480만 원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