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연말정산 재신고에 국세청 때아닌 비상

이상훈·경제부

“국세청 역사상 가장 바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봉래 국세청 차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연말정산 보완대책 브리핑에서 “1966년 개청 이래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라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미리 정해진 세금 신고 및 조사 일정에 따라 매년 ‘예측 가능하게’ 움직이는 데 습관이 들었던 국세청이 연말정산 재신고 등으로 비상 상황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까지 국세청이 상대해야 할 납세자만 1551만 명. 전체 경제활동인구(2700만 명)의 57%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당장 638만 명의 근로자가 개정된 세법에 따라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합니다. 이들이 직접 세무서를 방문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세청으로서는 개별 회사가 재정산한 서류를 일일이 처리해야 합니다. 여기에 660만 명의 개인사업자가 이달 말까지 종합소득 신고를 마쳐야 합니다. 연소득 2500만 원 미만(맞벌이 기준)의 근로자는 이달 안에 근로·자녀장려금 신청을 해야 합니다.

국세청은 그야말로 ‘초긴장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각 세무서의 안내 창구를 확대하고 콜센터 상담 인원도 늘렸지만 워낙 많은 민원인들을 상대해야 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과부하가 걸렸다는 아우성이 들립니다. 민원인이 다짜고짜 “이번 달에 얼마 돌려줄 거냐”고 물어 “정확한 환급액은 개별 회사가 정산을 마쳐야 알 수 있다”고 대답했다가 “그것도 모르냐”는 항의를 받았다는 세무서 직원도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세청은 근로소득자 가운데 임대소득 등 기타 소득이 있는 200여만 명의 종합소득 신고 마감을 당초 예정인 5월 말에서 6월 말로 늦추는 고육지책을 내놨습니다. 또 자체 경리 프로그램이 없는 영세 업체들을 위해 ‘연말정산 재정산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치권 등에 할 말은 많지만,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게 우선”이라며 “각 기업과 세무 대리인들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상훈·경제부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