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내곡동 동원예비군 총기난사 사건은 평소 허술한 예비군 훈련 관리·통제가 빚은 ‘예견된 사고’였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현장을 통제하고 예비군을 보호해야 할 중앙통제관(대위)과 장교 2명, 조교(병사) 6명 등 현역 장병 9명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니 충격적이다.
육군 중앙수사단에 따르면 1사로에 있던 가해자 최모 씨가 사격 도중 갑자기 일어나 주변 예비군들을 향해 사격하자 중앙통제탑의 중앙통제관이 “대피하라”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자 사로에 있던 장교 2명과 조교 6명 모두 사격장 아래로 황급히 대피했다는 것이다. 매뉴얼대로 한다면 사로에 들어선 사수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몸짓이나 수상한 기미를 보이면 간부든 조교든 사전에 감지해 차단해야 했다. 특히 엎드려쏴 자세에서 몸을 일으키면 곧바로 조교가 제압하게 돼 있다. 조교는 물론이고 장교들이 무장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 해도 사수가 총구 방향을 돌리는 것을 관측하면 통제장병들은 맨몸으로라도 덮쳤어야 했다. 아무리 급박한 순간의 본능적 행동이었다고는 해도 불과 13개월 전 승객들만 세월호 안에 남겨놓고 탈출하기 바빴던 이준석 선장이나 선원들과 뭐가 다른가.
어제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국방개혁’ 때문에 군을 줄이느라 제일 먼저 예비군 훈련 담당 향토사단의 인원부터 줄이는 바람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는 2월 노후한 카빈 소총을 M-16 소총으로 교체하는 등 훈련 여건과 전투 장비 현대화에 역량을 결집해 ‘예비 전력 정예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