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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송일국 부자와 추성훈 부녀 그리고 엄태웅 부녀(맨 위부터)가 보여주는 육아 이야기는 ‘판타지’일까. 사진제공|KBS
오늘도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 아들의 발길질에 눈을 뜬다. ‘아, 이제 5시 반인데…. 조금 더 자자.’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이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엄마보다 늘 먼저 일어난다. 엄마의 출근과 함께 자신도 할머니 집으로 가야 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이다. 나는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새벽마다 이불에 둘둘 감아 시댁으로 ‘셔틀’한다. 죄 많은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며느리 그리고 ‘전투력을 상실한’ 기자다. 요약하면 ‘워킹맘’이다.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는 그런 ‘애 엄마’가 바라보는 TV, 그를 향한 잔소리다.
체험·의류브랜드·교구 등 상대적 박탈감
미혼 여성들에게는 출산·육아 환상 심어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 향상에는 ‘긍정적’
아이를 기르다보니 나보다 나이는 어려도 애를 먼저 낳아 키운 이들을 ‘언니’로 부를 정도로 다른 엄마들을 존경하게 됐다. 또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자연히 시선이 간다. TV 속 아이들이라고 달라 보이지 않아서 ‘육아’ 예능프로그램도 빼놓지 않고 본다. 그 중에서도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좋아한다. 시청할 때는 넋을 놓고 보다가도 TV를 끄고 나면 어쩔 수 없는 죄책감 뒤섞인 허탈감에 사로잡힌다.
“아! 나는 뭘하고 있는 걸까.”
나 역시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바라보며 적지 않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왔던 터다. 그리고 감정은 곧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어진다. 다 때려치우고 아이와 함께 있을까 하루에도 여러 번 고민하지만 TV 속 아이들이 누리는 호사 중 일부라도 해주려면 돈은 벌어야지 싶다. 그래서 오늘도 ‘지옥철 1호선’에 몸을 싣는다.
주말에 늦잠 자기 일쑤였던 남편이 ‘프렌대디(Friend+Daddy)’가 돼보겠다며 이유식 만들기를 거들고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는 걸 보니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들의 육아 참여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미혼 혹은 출산 전 여성들에게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적지 않은 판타지를 준다는 인상도 강하다. 미혼인 대학 동기는 휴대폰 메신저 프로필에 송일국의 세 쌍둥이 사진을 설정해놓았다. “삼둥이를 보면 빨리 결혼하고 싶어. 저런 집에서 세 아이랑 여행도 다니고 알콩달콩 얼마나 행복하겠어”라면서.
어쩌면 대개의 엄마들에게 TV 속 육아 예능프로그램은 ‘리얼 관찰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방송되는 절대 ‘리얼’할 수 없는 ‘판타지’가 아닐까. 동기에게는 차마 이 말을 하지 못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