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응급환자이송단 박영석 대표는 잠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현장에 출동한다. 2000년 고 임수혁의 사고 이후 응급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박 대표는 2003년부터 잠실구장에서 응급수송 업무를 맡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서울응급환자이송단 박영석 대표
2009년 손시헌 부상때 그라운드 첫 출동
야구팬들이 구급차 향해 기립박수 보내
김태균 뇌진탕 실신 계기 구급차 2대 배치
“임수혁사고 다시 일어나지 않는 게 목표
일 없어져도 좋다…사고 안나는 게 최고”
박 대표가 응급환자 이송업무를 시작한지도 어느덧 19년째. 2000년 고 임수혁(전 롯데)의 사고 이후 응급구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박 대표도 더욱 바빠졌다. 이제는 야구뿐 아니라 배구, 농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쳐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애쓰고 있다.
● 임수혁 사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박영석 대표는 늘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구장으로 출근한다. 임수혁의 불행한 사고는 결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2000년 4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LG전 도중 임수혁은 그라운드에서 쓰러졌다. 원인은 지병이었던 심장부정맥. 그러나 당시 경기장에는 제대로 된 응급 의료진이 없었다. 심폐소생술만 받았어도 그 같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임수혁의 사고 이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에 적극적으로 요청해 2003년부터 각 구장에 응급구조대가 배치됐다. 박 대표는 2003년부터 두산, LG와 계약해 잠실구장 응급수송 업무를 맡게 됐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에 지체할 틈이 없다. 그러나 사실 보수는 많지 않다. 그래도 박 대표는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극한직업이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시는 임수혁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다.
●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구급차 들어오던 날
박영석 대표에게는 잊을 수 없는 2가지 사건이 있다. 2009년 4월 26일 잠실 한화-두산전이 첫 번째다. 한화 김태균이 1회초 홈으로 쇄도하다 LG 포수 최승환과 충돌한 뒤 머리를 땅에 부딪치며 실신했다. 당시만 해도 구급차가 1대였다. 김태균을 들것에 실어 이동했는데 파울 타구에 맞은 관중 때문에 이미 구급차가 없는 상황이었다. 박 대표는 “그때는 정말 아찔했다. 이후 구급차 1대로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시간이 너무 걸렸다. 만약 생사를 오가는 큰 부상이었다면 어쩔 뻔했나. 이후 선수용과 관중용으로 구급차 2대가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 사고가 안 일어나는 것이 최고!
박영석 대표는 요즘 들어 일이 많아졌다. 선수들의 부상 때문만이 아니다. 여성 관중이 늘고 응원문화가 발달하면서 파울 타구에 맞아 다치는 팬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구급차를 몰고 있다. 박 대표는 예방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울 타구는 순식간에 날아온다. 언제 어디서든 공이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또 공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내 쪽으로 공이 날아오면 몸을 웅크려서 최대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선수들에게도 부상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그렇게 되면 할 일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문에 박 대표는 “내가 할 일이 없어져도 좋다. 사고 안 나는 게 최고다. 선수들이 다치면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고 치료 기간도 길어진다. 또 즐겁게 야구를 보러온 관중이 다치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