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성장률, 南추정치보다 높아… 개발독재로 갈 가능성 상존 체제붕괴나 흡수통일보다 개혁돕는게 사회적 재앙 막아 北엘리트 해외유학 후원해… 개혁 성공적으로 이끌게 해야
안드레이 란코프
동시에 김정은 정권은 새로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간부들을 숙청함으로써 자신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 보도된 현영철 처형은 국내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북한 성장률을 1.1∼1.3% 정도로 추정하지만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추측한다. 김정은 정권이 북한에서 또 하나의 개발독재를 구현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현상 유지도 불가능하고 단계적인 통일도 환상에 불과한 현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은 체제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이나 친중(親中) 위성국가의 탄생밖에 없다. 흡수통일은 현상 유지보다 덜 나쁘지만 사회적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붕괴는 중국과 미국이 간섭할 수 있는, 위험한 국제위기까지 야기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북한이 개혁에 성공할 경우 권위주의와 인권 침해는 여전해도 서민 생활은 좋아질 것이다. 다른 개발독재의 경험이 보여주듯 경제 발전은 소득 향상뿐만 아니라 보건과 교육의 개선, 부분적인 정치 자유화도 초래한다. 경제 개혁의 길로 들어서면 북한은 정권이 흔들릴 우려 때문에 핵을 포기하진 못해도 벼랑 끝 외교는 그만둘 것이다.
물론 김정일이 두려워하던 것처럼 개혁은 훗날 정치적 불안정과 체제 붕괴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을 실시하는 도중에 무너진다는 시나리오는 북한 엘리트가 마지막 순간까지 시대착오적인 체제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시나리오보다 덜 나쁘다. 이를 감안하면 북한에서 나오는 개혁 소식을 환영할 이유는 충분하다. 남한이 북의 개혁을 적극 돕는 것을 향후 대북 정책의 중요한 장기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특히 북한에서 늘어나는 개인사업이나 개인자본이 참가하는 사업에 대한 투자는 매우 바람직하다. 개성공단처럼 남북한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사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5·24조치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는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가능하다면 5·24조치 해제는 빨리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사회자본의 개발은 중요하다. 지난 1, 2년 동안 북한이 해외로 보낸 유학생 수는 대폭 늘어났다. 이들의 전공은 다양하지만 시장경제, 재정, 경영을 배우는 유학생도 상당수다. 남한에서 이런 유학 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후원하면 좋을 것이다. 북한 엘리트 계층이 시장경제가 가동되는 원칙을 제대로 알아야 개혁을 성공적으로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 교육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남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남한 관점에선 북한 개혁에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남북이 윈윈 하는 상황을 만들려면 북한 개혁은 필요하다. 북의 경제 개혁이 성공한다면 남북 평화 공존 시대의 막이 오를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 채 위기 상황이 와도 흡수통일을 덜 부담스럽게 만든다. 바로 이것이 남한이 북한의 개혁을 도와주어야 할 이유다.
안드레이 란코프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국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