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공포통치]
최측근 엘리트가 숙청타깃 주목

정부 관계자는 15일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올해까지 처형된 70여 명의 핵심 간부 가운데 60여 명이 노동당 간부, 나머지 10여 명이 군부, 내각 인사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중앙당 과장이나 지방당 비서 등 중간 간부들이 대거 처형됐다”고 밝혔다.
○ 조직지도부가 노동당 장악, 숙청 바람
장성택과 대립했던 조직지도부가 사투 끝에 김정은의 마음을 움직여 장성택을 2013년 12월 처형하는 데 성공한 이후 후속작업의 일환으로 노동당 내 장성택 세력을 줄줄이 숙청했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2인자였던 장성택의 행정부는 이때 공중분해됐다. 결국 행정부의 기능은 조직지도부로 흡수됐고 조직지도부가 권력 전면에 나섰다. 김정은 시대 핵심 실세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정은 우상화를 주도하는 이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조직지도부 출신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현재 김정은의 최측근 핵심은 여동생 김여정과 함께 조직지도부와 서기실(김정은 비서실 역할)의 30, 40대 젊은 간부들”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직지도부 출신 간부들이 다른 기관의 요직에 진출하고 그 자제들을 조직지도부에 앉히는 순혈주의를 추구하면서 조직지도부 세력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3년부터 노동당을 대상으로 한 기강 잡기 조치가 유난히 많이 나오면서 노동당 중앙당뿐 아니라 지방당 간부들도 대폭 교체됐다”며 “이런 숙청 과정에서 노동당 권력이 김정은의 공안통치 기구로 재편됐다”고 말했다.
○ 노동당 내부 공포-반감 확산
조직지도부는 핵심 엘리트들을 상대로 한 감청 등 이른바 ‘감시통치’를 통해 간부들을 옥좼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해 한국 드라마 시청 등을 이유로 노동당 간부 10여 명을 숙청했다. 이런 공포정치에 대한 노동당 간부들의 두려움은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마저 숙청에 대한 두려움으로 김정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가 김정은이 반려할 정도라고 대북 소식통이 전했다.
처형된 군부 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에 대해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정원이 군부 2인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숙청을 공개해 군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사실 군은 노동당의 허가 없이는 군대를 이동시키지도 못한다. 별다른 힘이 없기 때문에 숙청 대상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