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유커… 깃발부대 싹쓸이 쇼핑은 옛말
지난달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문을 연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후’의 플래그십 스토어. LG생활건강 제공
관광버스를 타고 정해진 코스만 다니는 단체 관광객들과 달리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개별 여행객들은 한국의 숨겨진 관광명소를 스스로 찾아다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개별 예약이나 에어텔(항공권과 숙박만 묶은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중국인 자유 여행객은 2011년 43.4%에서 2013년 57.1%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비중의 60%까지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 코스에 개인적 취향이 더해지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장소와 인기 쇼핑 브랜드 등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명품보다 편집숍”
롯데백화점이 이달 초 노동절 연휴(5월 1∼3일) 동안 서울 명동 본점을 찾은 중국인 고객의 선호 브랜드 50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 17개 브랜드가 새롭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가운데 대부분은 ‘난닝구’(온라인 패션 브랜드), ‘트위’(패션 편집매장), ‘1300K’(디자인 문구숍), ‘햇츠온’(스냅백 전문 브랜드) 등 한국 젊은층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었다. 디자이너 잡화 브랜드인 ‘육심원’도 처음으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로드숍 일색인 명동거리에 패션 편집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가로수길이나 홍대, 신촌 등에 이어 명동점을 낸 ‘에이랜드’ ‘온더스팟’ ‘폴더’ 등을 비롯해 패션 멀티 브랜드인 ‘러드’ ‘레드마커’ 등도 명동에 입점했다.
면세점도 디자이너 편집숍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달 워커힐면세점은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와 손잡고 국내 면세점 최초로 패션 편집매장을 열었다. 전지현 하지원 고소영 장동건 등 한류 스타들의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진 정 씨와의 협업으로 갈수록 다양화되는 유커들의 마음을 열겠다는 전략이다.
고궁과 명동, 동대문 등 서울 강북 일부 지역에 집중됐던 관광 수요가 강남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은 유커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면세점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LG생활건강의 ‘후’는 지난달 가로수길에 중국인이 좋아하는 화려한 황금색 인테리어를 앞세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백화점과 면세점, 방문판매로만 유통되는 ‘후’가 별도의 가두매장을 연 것은 처음이다. 매출의 90%가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 ‘쓰리컨셉아이즈’ 등 중소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 업체까지 가로수길에 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여행사는 변화하는 유커들의 성향에 맞춤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전체 일정을 같이 다니는 패키지보다 시티투어, 셔틀버스 운영, 공항 픽업서비스 등으로 여행상품의 구색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특히 일정의 절반은 고궁 박물관 등 가이드의 설명이 필요한 강북 지역으로 짜고, 나머지 절반은 가로수길 코엑스 강남역 등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자유 일정으로 꾸민 ‘세미 패키지’가 인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앞으로 전체 패키지 여행객보다 일일투어, 픽업 서비스 등 개별 여행객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 일정 가이드 상품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