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운전’을 결합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김여사’다. 인터넷만 봐도 엽기적인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횡단하거나 지하철역 입구에 처박은 장면 등이 줄을 잇는다. ‘김여사’란 일부 여성의 서툰 정도를 넘어 개념이 없는 운전에 우스개로 붙은 말이다. 공간지각력의 차이로 여성들이 난도 높은 운전을 어려워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운전 가르쳐주다가 부부싸움 난다’는 얘기는 이젠 옛말이다. 복잡한 골목길을 후진으로 거침없이 나오는 실력 있는 여성 운전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운전하는 여성들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 하나.
남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을 그토록 신경 쓰는 그녀들이 왜 애마(愛馬)만은 깔끔하게 관리해주지 않는 것일까. 주차하다가 긁힌 자국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닛에는 새똥이 곳곳에 얼룩을 만들어 놓았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의문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운전석만 빼고는 뭔가 어수선하다. 성격이나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조수석은 가방 또는 쇼핑백 차지고, 뒷좌석은 잡동사니 박람회 같다. 별 게 다 있다. 책 몇 권에 과자봉지, 화장품, 서류파일, 비상용 외투, 접는 장바구니, 우산, 운동화, 슬리퍼, 모자, 빈 음료수 캔이 가득한 비닐봉지, 심지어 장화까지….
하지만 여성의 성향에 견줘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은 늘 여러 가지를 갖고 다니려 한다. ‘혹시 모르기 때문에’ 커다란 가방에 온갖 것들을 넣어 다닌다. 또한 멀티태스킹에 능해 운전 중에도 온갖 일을 다 한다. 먹던 과자며 입술에 칠하던 립스틱, 잠깐 보던 서류가 뒷좌석에 나뒹구는 원인이다. 더구나 자동차 내부는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자기만의 공간이다.
청계천 전자부품상가가 전성기를 누릴 때 “청계천 기술을 모으면 우주선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우주선은 불발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자동차에 널린 것들을 모으면 무인도 탐사용으로는 손색이 없을 것이다.
특별한 애호가라면 모를까, 여자 주인을 만난 자동차는 몇 차례 긁히고 찌그러진 뒤로는 새로운 용도로 거듭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스스로 굴러다니는, 주인도 태우는 우직한 가방. 그래서 여자의 차는 ‘쿨’하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