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금융위 주요 국·과장들은 국회로 총출동했다. 이날 진행된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금융위원회 소관 법안이 최대한 많이 논의되도록 정무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임 위원장과 금융위 간부들은 법안소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하루 종일 회의실 밖을 지키며 대기했다. 중간 중간 의원들이 요청할 때 잠시라도 들어가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법안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지지부진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금융위 직원들의 얼굴에 피로가 배어 있었다.
다행스럽게 다음 날 오후 드디어 의원들이 움직였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자본시장법·보험업법·대부업법 개정안 등이 줄줄이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지배구조법은 그동안 은행·저축은행에서만 적용됐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자본시장법은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크라우드 펀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이었다. 금융위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 온 법안들이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관련 법안은 2013년 6월 발의된 지 23개월 만에 이날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었다.
아직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도 수두룩하다.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을 위한 법안은 정무위 법안소위에 발이 묶여 있다. 금융위는 2013년 9월 신용회복위원회, 미소금융, 국민행복기금을 통합해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해 7월 진흥원 설립을 위해 ‘휴면예금관리재단 설립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법률안’을 마련했다. 서민금융 상품을 제대로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매번 서민금융을 강조하던 의원들은 정작 사방으로 나뉜 서민금융 관련 기관과 상품을 한데 묶어 관리하겠다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 법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왜 굳이 기관을 통합해야 되느냐”는 지적이지만 반대 논리로는 빈약해 보인다.
3월 출시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던 안심전환대출 대상에서 제외됐던 제2금융권 대출자 등을 위한 서민금융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국회였다. 법안의 필요성을 의원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 금융위에도 책임이 있겠지만 국회가 ‘말로만’ 서민금융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정작 법안 처리는 ‘나 몰라라’하는 것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바꿔야 할 내용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정을 요구하거나 대안을 제시해야지 마냥 붙잡고 반대해서는 안 된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