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악기 삼아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자랑하는 보컬리스트들이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외모와 출신 등 선입견을 버리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승부하는 MBC ‘일밤-복면가왕’(위쪽사진)과 ‘나는 가수다’를 통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낸 가수 김연우-임재범-박정현.(아래 맨 왼쪽부터) 사진제공|MBC
■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
‘나가수’ ‘복면가왕’ ‘불후의…’ 인기
목소리와 가사가 주는 새로운 감동
무명 문명진·황치열 등 드디어 햇살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와 ‘복면가왕’,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노래 경연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창력의 중요성과 음악이 주는 감동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화려한 비트의 리듬, 춤과 의상 등 외양으로 치장한 음악이 대세를 이루면서 ‘목소리 연주자’인 보컬리스트의 비중이 줄어든 시대.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가창의 시대’를 활짝 열고 보컬리스트들에게 봄을 선사하고 있다.
● 아름다운 감동의 이름, 보컬리스트
사람의 목소리를 흔히 ‘신이 내린 가장 아름다운 악기’라고 한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노래는 소름 돋는 감동을 주고, 감정이입이 절정에 이르면 눈물도 흘리게 한다. 결국 ‘감동’이란 가치로 음악에 접근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소도 바로 목소리다.
이와 함께 보컬리스트들은 대중이 음악에 대해 새로운 눈을 갖게 하면서 목소리와 서정적인 노랫말을 새겨듣는 ‘감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박효신, 나얼, 버스커버스커 등 음악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도 그 덕분이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수가 표현하는 색깔을 느끼며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다는 건 노래 그 자체의 깊은 맛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면서 “본질적으로 ‘듣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음악을 소비해온 만큼 보컬리스트들 덕에 음악이 그 본질을 찾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노래 본질의 전달자, 보컬리스트
대중음악에서 노래는 기본적으로 가사를 포함한다. 서정을 자극하는 노래에서 노랫말은 한 편의 드라마를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텔링의 가사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만나면 감동은 더 커진다. 결국 보컬리스트는 따뜻한 멜로디와 공감의 노랫말을 전하는 사람이다. 또 그 호소력에 대중은 마음을 움직인다. 이문세, 이승철, 신승훈 등이 오래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보컬의 힘이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이두헌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는 제각각 다르다. 모창을 하더라도 색깔과 무늬까지 따라하지 못한다. 보컬리스트의 생명력도 그 색깔에서 나온다.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부르면 드라마가 더 강해지고 가슴에 더 오래 남는다”고 평가했다.
● 새로운 보컬리스트의 역할, ‘가창의 시대’의 핵심
새로운 스타도 탄생하고 있다. 임재범이 이미 ‘나가수’를 통해 재기에 성공했고, 박정현, 김연우 등이 더욱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면서 ‘스테디셀러’로 입지를 다졌다. ‘불후의 명곡’을 통해 문명진, 황치열은 오랜 무명의 설움을 털어냈다. 많은 현역 ‘아이돌’도 그 수식어가 어색해지는 때가 되면 god 김태우, 핑클 옥주현과 같은 보컬리스트를 꿈꾼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