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비 빼먹고 스카우트비 허위청구로 2억4000만원 꿀꺽 강릉시청 쇼트트랙팀 요지경
1998년 일본 나가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모 씨(37)는 2007년부터 강릉시청 쇼트트랙팀 코치로 일했다. 부임 3년이 지난 2010년 부터 그는 ‘비리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했다. 강릉시청 기능직 공무원인 최모 씨(54·8급)가 시의 실업팀 예산을 혼자 관리해 말만 맞춘다면 횡령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2011년 2월부터 약 3년 동안 최 씨에게 “지원을 잘해 달라”며 10여 차례 뇌물을 건넸다. 그는 선수들에게 써야 할 훈련비에 본인 사비까지 보태 1330만 원을 줬다.
이 코치의 공금 횡령은 훈련비 유용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빙상 경기장 대표인 정모 씨(54)와 미리 협의해 선수들이 훈련하는 경기장을 1시간 사용하고도 3, 4시간 사용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올려 8818만 원을 챙겼다. 선수들에게 스케이트화를 공급하는 김모(38), 문모 씨(52)와도 주문하지도 않은 스케이트화를 주문한 것처럼 속이는 방식으로 2856만 원을 만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코치는 이렇게 받아 챙긴 시 예산을 빙상장 대표 등과 나눠 가졌다. 경찰 관계자는 “횡령한 전체 금액은 파악되지만 이 코치 등이 각각 어떤 비율로 공금을 나눠 가졌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새 나간 강릉시 예산은 2억4300만 원에 달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코치 등 쇼트트랙 훈련비 횡령에 연루된 5명과 레슬링과 스키, 씨름 등 각 종목에서 횡령 및 사기에 연루된 체육계 관계자 4명 등 총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여기엔 과거 폭력조직에서 활동해 경찰의 관리대상에 올랐지만 버젓이 모 광역시 레슬링협회 전무로 취임한 후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지원금 1억5100만 원을 횡령한 이모 씨(45)도 포함됐다. 이모(38), 김모 씨(54) 등 전직 스키 국가대표 감독 2명도 전지훈련비를 수백만 원씩 횡령한 혐의로 입건됐다. 김태현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체육계 공금 횡령은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감시 시스템이 부족해 끊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