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올림픽’에서 다시 불거진 한국 교육에 ‘돌 던지기’ 학생 자살률 세계 1위 등… 현실 과장과 선전에 박근혜 정부도 가세 자학적 접근 버리고 전통적 강점에 자부심부터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이번 행사에선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실시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세계 76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1위부터 5위까지 독점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다. 우리 정부는 한국 교육이 국가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해외 참석자들은 한국 교육의 성공 비결을 배우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다.
한편에서는 볼썽사나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일부 단체들이 “한국 교육을 과대 포장하고 자화자찬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생들이 성적 비관으로 죽어 나가고 있는데 한국 교육이 어떻게 모범 사례냐”는 말도 나왔다. 국제적인 교육 단체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행사를 앞두고 “한국 정부는 전교조 탄압을 중단하라”는 입장을 내놓자 한국교총은 이들 단체를 상대로 “전교조 말만 듣지 말라”고 항의하고 나섰다. 사정을 들어보면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를 망신 주겠다는 의도인 듯하다.
우리 학생들의 힘든 처지를 말할 때 자주 나오는 얘기가 ‘학생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충격적인 수식어다. 지도층 인사는 물론이고 언론도 심심치 않게 거론한다. 여기에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라는 통계까지 더해지면 한숨 소리는 높아만 간다.
하지만 학생 자살률 1위는 사실이 아니다. OECD의 2008년 통계에는 한국의 15세에서 19세까지 자살률이 33개 회원국 중 17위로 나와 있다. 진보 진영이 ‘교육 천국’으로 우러러보는 핀란드가 자살률 세계 3위에 올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후의 국내 통계를 보더라도 2012년 자살 학생은 139명, 2013년은 123명, 지난해 118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자살을 택한 동기 중에는 학업 스트레스 말고 가정불화 등 다른 이유도 있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스러져 간 어린 학생들을 자꾸 들먹이는 게 꺼려지지만 “성적 비관으로 학생들이 죽어 나간다”는 말은 과장이다.
‘입시 지옥’이라는 오래된 상식에 대해서도 다른 얘기가 나온다. 서울 고교생 수의 67%를 차지하는 일반고의 교실은 3등분 된다고 한다. 학교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이 전체의 3분의 1, 예체능계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또 3분의 1 정도이고, 나머지는 목표의식 없이 대충 시간을 때운다는 것이다. 이런 실상은 ‘공부 지옥’이나 ‘살인적 경쟁’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중학교 교육이 무너져 통제 불능의 ‘무서운 중학생’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 문제의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대개 지식인 계층이거나 교육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항상 자신의 자녀를 중심으로 교육 문제를 바라본다. 다른 계층에 비해 자녀를 강하게 독려하고 사교육비도 많이 지출할 공산이 크다. 그만큼 한국 교육의 경쟁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이런 시각이 다수의 호응을 얻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기존 교육에 대한 불신은 지난해 13명의 진보 교육감을 무더기로 탄생시켰지만 아직까지 교육이 나아질 낌새는 없다. 누가 권력을 잡아도 한국 형편 상 교육에 기상천외한 대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 교육에도 문제와 한계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자학적 접근보다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교육의 강점에 먼저 자부심을 갖고 다음 단계를 모색해야 할 때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