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던 프랑스가 1분기(1~3월) 2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기 대비) 잠정치가 0.6%라고 최근 발표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유로존 1위 경제대국 독일(0.3%)보다도 앞선 것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18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올 연말까지 당초 잡았던 성장 전망치 1%를 넘어 1.5%까지 이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이같은 약진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전체 성장률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실제로 유로존 전체 평균 1분기 성장률은 0.4%(전분기 대비)로 미국(0.2%)영국(0.3%)을 앞섰다. 유로존이 미국과 영국을 앞선 것은 2011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외신들은 ‘더딘 개혁으로 유럽의 골칫거리였던 프랑스가 바야흐로 유로존 경제를 활력으로 이끄는 선봉에 섰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프랑스가 유로존의 르네상스(부흥)를 이끌고 있다’(영국 더 타임스)고 분석했다.
지난해 초 발표한 ‘책임 협약’이 대표적이다. 이 협약은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 유로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게 골자다. 기업들이 부담하던 사회복지부담금도 줄여 자영업자 복지를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부자세도 2년 만에 폐지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개혁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모든 상점들에게 적용되던 일요일 영업 제한을 푸는 법안이 지난 12일 상원을 통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마련한 이 법안은 지방정부가 그동안 연간 최다 5회까지만 허가할 수 있던 상점의 일요일 영업을 연 12회로 늘린다는 내용이다.
파리 샹젤리제거리와 생제르맹 지구 등 국제관광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백화점과 상점은 1년 내내 일요일에 문을 열 수 있고, 칸이나 니스 등 지중해변 관광도시에도 국제관광지구를 지정해 주 7일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다. 또 높은 진입 장벽으로 많은 보수를 받는 공증인과 경매인 같은 직업군의 진입 규제를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는 내용도 담겼다.
향후 가족수당 및 실업자 복지혜택 축소, 기업 법인세 인하 등도 추진된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는 모든 분야에서 변하고 전진할 것”이라며 개혁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