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어 가격 폭등 조짐 안보여… 실수요자 위주 거래 증가도 한몫
홍수영·경제부
거래량이 늘고 집값이 오르는데도 2006년처럼 집값이 폭등할 조짐이 없다는 게 요즘 부동산 시장의 특징입니다. 부동산 시장에 ‘골디락스(성장세가 지속되면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거의 없는 이상적 상황)’가 왔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 집값이 먼저 뛰었습니다. 시장 활황기였던 2006년에는 108만2453건이 거래되며 집값이 연간 11.6% 올랐습니다. 하지만 주택 거래량이 100만5173건으로 2006년과 비슷했던 지난해에는 집값이 1.7%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작년보다는 다소 들썩이고 있지만 올해 집값도 드라마틱하게 오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주택시장의 덩치가 커졌기 때문에 똑같이 거래량이 100만 건을 돌파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주가가 600일 때 20포인트 오르면 3.3% 상승한 거지만 주가가 1,000일 때 20포인트 오르면 2.0% 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주택거래율(거래량을 주택 수로 나눈 값)을 보면 서울은 2006년에는 11.2% 늘었지만 지난해는 5.4%만 증가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실제 집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주택거래율로 보면 작년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 거래의 주체가 바뀐 점도 한몫했습니다. 너무 많은 웃돈을 주고 집 살 사람이 별로 없으니 올해 주택거래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해도 집값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처럼 ‘냉정한 열기’가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주택 거래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