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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가수 덩리쥔과 썸타기 등 배우 생활 에피소드 담아

입력 | 2015-05-21 03:00:00

배우 청룽 두번째 자서전




“동서고금에 보기 드문 호인이다.”(쉬커·徐克 영화감독) “그는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펑샤오강·馮小剛 영화감독)

3월에 나온 세계적인 홍콩 영화배우 청룽(成龍)의 두 번째 자서전 ‘자라기도 전에 늙어버렸다(還沒長大就老了·사진)’는 표지를 넘기자마자 각국의 유명인사 146명이 쓴 인사말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6쪽이 1장으로 옆으로 길게 펼치게 되어 있다. 그의 인기와 지명도를 실감케 한다.

평생의 동료인 액션 배우 훙진바오(洪金寶)는 “간단치 않은 인물이다. 늙어도 훌륭한 인물이다”라며 늙은 것을 한탄할 필요가 없다고 격려했다. 청룽은 1954년 4월생이다. “그가 80세가 되어서도 무협 영화를 찍을 것으로 기대한다.”(영화감독 거유·葛優) “영화보다 흥미진진한 얘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영화배우 리롄제·李連杰).

한국 배우로는 2005년 ‘신화’를 함께 촬영했던 김희선 씨(“자신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따뜻하고 너그러웠다. 그게 청룽 오빠다”)와 이병헌 씨(“이 시대에 그와 같이 생활한 것은 나로서는 큰 행운이다”)도 글을 올렸다.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은 “눈물, 땀, 상처 그리고 수모, 이런 것이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청룽을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1999년 처음 나온 자서전 ‘나는 누구인가, 청룽이 스스로 말하다’에 이어 두 번째인 이 책은 배우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과 영화 촬영의 에피소드 등을 주로 담았다. 격의 없고 소탈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청룽이 실제 촬영 현장에서 얼마나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몸을 아끼지 않았는지 등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전해준다. 영화 ‘프로젝트 A’에서 15m 높이의 시계탑 시계에 매달리다 떨어지는 연기를 직접 했던 청룽은 그때 충격이 2년 이상 갔다고 털어놨다.

영화회사의 후배 여성인 주모(朱墨) 씨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청룽의 소탈한 일화를 소개한 ‘큰 오빠(大哥)’라는 글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책으로 써보라고 권한 게 이 책의 집필 동기다. 그는 이 책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너무 솔직한 것이 탈이었을까. 책이 나오고 논란도 생겼다. 중화권을 대표했던 대만의 여가수 덩리쥔(鄧麗君·1953∼1995)이 한창 인기가 절정이었던 1979년에 무명배우였던 자신에게 적극적인 호감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한번은 덩리쥔이 청룽을 보고 싶어 해 찾아갔는데, 마침 대본을 들고 친구와 대화하고 있던 청룽이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해 덩리쥔이 그냥 떠나버렸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덩리쥔의 셋째 오빠인 덩장푸(鄧長富) 씨는 “동생이 떠난 지 20년이 지나 내용을 확인할 수도 없는데 동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다시는 덩리쥔을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부 덩리쥔의 팬들은 청룽 책 불매 운동도 벌일 태세라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청룽은 15년 전 미혼녀 우치리(吳綺莉)와의 불륜, 아들 팡쭈밍(房祖名·청룽의 본명이 팡스룽·房仕龍)의 마약 복용으로 마음고생을 한 얘기도 그대로 담았다. 자신의 과거 행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나쁜 일도 많이 했다. 재판을 받으면 무기징역도 받을 것”이라고 익살스럽게 털어놓기도 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