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박물관 고인골 특별전
경남 창녕군 송현동 고분군 15호분에서 출토된 여성 인골. 6세기 초반 가야시대 때 순장된 인골로 추정된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제공
흔히 사람 뼈는 사인을 규명하고 범인을 알아내는 데 결정적인 단서로 쓰인다. 그런데 보존 상태가 좋은 인골을 보고 열광하는 것은 비단 과학수사대(CSI) 요원뿐만이 아니다. 통일신라 이전 ‘고인골(古人骨)’을 집중 연구하는 고고학자들도 이에 못지않다. 문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선사시대 인류의 생활상을 파악하는 데 인골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시 늑도에서 출토된 성인 남성의 두개골(왼쪽 사진). 이를 바탕으로 생전의 얼굴 모습(오른쪽)을 추정했다. 국립김해박물관 제공
고인골을 들여다보면 시신의 성별, 나이, 키 등은 물론이고 생전에 어떤 음식을 주로 먹었고 영양 상태는 어땠으며 특정 의식을 위해 신체를 의도적으로 변형시키거나 상처를 냈는지 등을 모두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피장자의 사회적 위치와 직업, 나아가 당시의 사회상을 추론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립김해박물관은 ‘뼈? 뼈!-고인골, 개인의 삶에서 시대의 문화를 읽다’ 특별전을 8월 16일까지 연다. 고인골만 다루는 특별전이 국내 박물관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개골을 통해 생전 얼굴을 복원한 연구 사례와 고대인들의 먹을거리, 뼈의 변형으로 살펴본 고대인들의 육체 활동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밖에 고인골의 해부학적 분석을 통해 관절염과 결핵, 골종양, 충치, 치주염 등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앓았던 병력을 보여 준다.
우리나라 고인골 연구의 시발점이 된 충북 제천 황석리 출토 인골을 비롯해 전남 여수 안도패총, 경남 김해 대성동·예안리 고분군, 경북 경산 임당 유적 등에서 나온 다양한 고인골을 한꺼번에 모아 전시한다. 이와 관련해 27일 김재현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가 고인골 연구를 주제로 김해박물관에서 강연회를 연다. 055-320-6834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