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북한]
현영철 숙청 시점, 러 기자 방북기

곳곳에서 웨딩촬영 4월 하순 평양시내에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이 야외촬영을 하는 모습. 올레크 키리야노프 러시아 관영신문 기자가 제공한 수십 장의 사진에는 새로 건설된 아파트, 거리를 달리는 2층 버스 등 한국에 덜 알려진 모습이 많았다.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방북했던 러시아 관영 신문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올레크 키리야노프 기자가 찍은 사진에는 평양과 개성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 주재 특파원인 키리야노프 기자를 북한이 방북 승인한 사실도 이채롭지만 시기도 눈길을 끈다. 4월 23∼30일 키리야노프 기자의 체류 기간에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취소했고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한 최측근을 무자비한 방식으로 숙청했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북한 사회가 건재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키리야노프 기자는 “사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취재가 자유로웠고 원하는 장소 대부분을 제약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평양의 관문인 순안공항. 최근 완공한 신청사가 번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비행기는 청사에 직접 연결되지 않았고 활주로에서 버스로 옮겨 탄 탑승객들은 옛 청사로 가야만 했다. 신청사가 미개장인 탓이다.

축포형-부채형… 다양한 헤어스타일 평양의 한 미장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북한 주민. 뒤로 다양한 헤어스타일 모습이 보이는데 ‘축포형’ ‘부채형’ ‘갈매기형’ 등 모두 우리말 이름으로 돼 있다. 대리석으로 된 미장원 바닥은 머리카락 하나 없이 깨끗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동상이 놓인 만수대에는 평일에도 일반인, 학생 참배객이 많았다. 공원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이 곱게 차려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특히 군복 입은 일행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지켜보는 장면은 한가하게까지 느껴졌다. 놀이공원인 능라유희장은 밤늦게까지 찾는 사람이 많았고 문수물놀이장, 곱등어(돌고래)관도 환하게 야경을 밝혔다. 기하학적 형태로 이어진 김일성대 교직원 사택은 4인 가족에게 방 5개짜리 아파트가 제공된다고 한다.
하지만 주체사상탑 관람대에서는 낡고 페인트가 벗겨진 건물도 많이 눈에 들어왔다. 큰 길 안쪽에는 남새(채소)를 키우는 주민들 모습도 쉽게 보였고, 평양의 자랑인 유경호텔도 겉모습만 웅장했을 뿐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저층은 쇼핑몰로, 고층은 호텔로 쓴다는 외신보도가 있었지만 안내원은 “나는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개성시내의 현대차 북한 개성시내에서 목격된 현대차 ‘테라칸’. 개성공단을 뜻하는 ‘개성공업 129’ 번호판을 달고 있다. 올레크 키리야노프 기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