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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국내서도 ML서도… 그의 ‘어깨’는 너무 무거웠다

입력 | 2015-05-21 03:00:00

류현진 부상 원인과 수술 문답풀이




“투수의 어깨는 분필과 같다. 쓰면 쓸수록 닳는다.”

야구계의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다.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괴물 투수’ 류현진(28·LA 다저스)도 결국 부상의 덫을 피하지 못했다. 동산고 시절이던 2004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지 11년 만에 다시 수술대에 오른다.

이번에도 그는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 오랜 시절 그를 곁에서 지켜본 허구연 MBC해설위원, 한경진 선수촌병원 재활원장, 어깨 수술 경험이 있는 동료 A 선수로부터 의견을 모아 문답으로 풀어봤다.

Q.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자기공명영상(MRI) 결과 다행히 관절와순(어깨 관절을 감싸고 있는 섬유질 연골)에는 이상이 없다던데….

A. 류현진의 어깨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을 지탱하는 근육이 좋고 몸이 유연해 이를 이겨냈다. 류현진뿐 아니라 관절와순에 문제를 갖고 있는 투수는 많다. 연골이 찢어진 상태에서도 통증 없이 던지는 투수도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피로가 누적되면서 마침내 못 버틸 정도까지 갔기 때문이다. 다저스 구단에서는 3월부터 수술과 재활 사이에서 고민해 왔다. 그러다 4월 말 불펜 피칭 도중 부상이 더욱 악화되면서 수술이 유일한 대안이 됐다.

Q. 관절경을 이용해 통증 부위를 가볍게 청소하는(Cleaning)하는 간단한 수술이라던데….

A. 관절와순 손상에는 4단계가 있다. 가장 가벼운 단계는 연골이 찢기진 않은 채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2단계부터는 찢어진 연골을 봉합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1단계라 하더라도 똑같은 수술이다. 관절경을 이용해 살을 뚫고 들어가 너덜거리는 부분을 정리하거나 레이저로 제거한다. 상처 부위가 아무는 데는 5, 6주면 충분하지만 새로 근육을 만드는 데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손상 정도가 심할수록 재활 기간은 길어지는데 2년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

Q.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선수들은 비교적 쉽게 복귀하는데 어깨 수술 후 재기하는 선수는 왜 드문가.

A. 토미 존 서저리의 성공률은 90%가 넘는다. 1년 정도 재활하면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다. 류현진도 2004년 4월에 수술하고 이듬해 5월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어깨는 다르다. 어깨는 관절가동 범위가 가장 넓은 반면 그만큼 불안정하다. 변수가 많다 보니 한번 고장 나면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나 투수의 어깨는 가장 민감한 부위다. 외과적으로는 큰 수술이 아니지만 감각까지 찾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Q. 부상 원인은 무엇으로 봐야 하나. 류현진뿐 아니라 다루빗슈 유(텍사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 등 동양인 투수들이 모두 부상을 당했다.

A. 일각에서는 아시아 선수가 미국 선수들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과도하게 던진 게 문제다. 2013년 한국 프로 구단에 입단한 신인 투수 41명을 조사했더니 건강한 투수는 단 4명밖에 되지 않았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통증을 참고 던졌거나, 추운 날씨에서 무리하게 던진 경험이 있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유소년 선수들을 철저하게 관리한다. 마이너리그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너무 많이 던진다. 더구나 자국 리그에서는 완급 조절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메이저리그에서는 모든 타자를 상대로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류현진만 해도 직구 평균 구속이 한국에서보다 3km나 빨라졌다.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Q. 모든 야구팬들이 류현진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A. 다른 선수는 몰라도 류현진이라면 어깨 수술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 2004년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할 때도 그랬다. 수술을 한 투수 중 열에 아홉은 사소한 통증에도 민감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당시 어린 나이였음에도 모든 걸 대범하게 받아들였다. 또 금방 회복할 수 있다는 낙천적인 마인드도 갖고 있었다. 류현진은 이번에도 원래는 수술을 피하고 재활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두어 차례 주사를 맞고도 회복되지 않자 스스로 수술을 선택했다. 질질 끄느니 단숨에 해치우자는 류현진다운 모습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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