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졸음운전 종착지는 이 세상이 아닙니다”
19일 충남 천안시 경부고속도로(하행선)의 한 횡단육교 위에 ‘졸음운전은 살인행위입니다’라는 졸음운전 경고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안=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국도로공사가 봄철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전국 고속도로에 내건 졸음운전 경고 문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도공은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4월부터 한 달 넘게 졸음운전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운전자들이 보기 쉬운 요금소 입구, 방음벽, 터널입구, 표지판 뒷면 등 전국 고속도로 시설물 1988곳에 현수막을 설치했다. 전국 도로전광판(VMS) 560곳에서 경고 문구를 수시로 보여주고 멀리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건물 외벽, 광고탑, 애드벌룬 등을 활용한 초대형 현수막도 144곳에 설치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졸음운전 예방 캠페인을 펼치게 된 것은 2010∼2014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중 약 61%(연평균 180명)가 졸음운전 및 전방주시 태만으로 인한 사고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운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3년 경력의 화물기사 정인성 씨(59)는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졸음이 느껴지곤 하는데 ‘졸면 죽는다’는 문구가 눈에 띄면서 잠이 달아났다”며 “자극적인 내용이 많긴 하지만 졸음운전을 쫓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졸음운전 예방효과는 미비하고 불쾌감만 준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운전자 최모 씨(49)는 “지난 주말에 고속도로를 지나는데 비슷한 말이 너무 많이 붙어있어서 ‘언어 공해’로 느껴졌다”며 “이런 과격한 방식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그동안 졸음운전 캠페인을 많이 펼쳐왔는데 효과가 미비했고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많이 나왔다”며 “다소 과격한 방식이지만 운전자들이 이만큼 졸음운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오혁 hyuk@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