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2일 밤 광주 서구의 한 호텔 인근 한적한 도로. 주모 씨(39)는 외제 승용차를 주차시킨 뒤 누군가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전기공사업자 이모 씨(54)의 승용차가 도착했고 그는 쇼핑백을 들고 내렸다. 주 씨는 이 씨가 건넨 쇼핑백을 받아 번개처럼 사라졌다. 주 씨가 받은 쇼핑백에는 5만 원 권 4000장, 2억 원이 들어있었다.
주 씨는 한전 KDN 파견업체 H사의 전직 직원 박모 씨(38)에게 악성 프로그램 2개를 전기공사 입찰 프로그램에 심도록 했다. 그는 악성 프로그램 2개로 입찰정보를 들여다보고 조작까지 했다. 그는 이 같은 해킹수법을 통해 2010년 11월 12일 31억 원짜리 전기공사를 이 씨에게 낙찰 받도록 해줬다. 현금 2억 원은 해킹을 통한 비리입찰을 받게 해준 검은 돈이었다. 검은 돈 전달 수법도 007작전 같았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2005년부터 8년간 한전 전기공사 133건(공사 계약금액 2709억 원)의 입찰비리를 저지른 주 씨 등 2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주 씨 등 브로커3명과 입찰 조작자 4명이 136억 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