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리 황교안 지명/黃후보자 누구인가]8년만에 ‘50대 총리’ 발탁
“공안 검사가 가장 적성에 맞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 엿새 전인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 어느 쪽이 더 적성에 맞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총리직 제의 질문을 재치 있게 받아넘긴 얘기였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공안통’ 검사임을 스스로 드러낸 답변이었다.
○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장 승진 2차례 고배
‘공안 검사’란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황 후보자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화. 2005년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 아주머니가 구속된 일이 있었다. 시위에 시달리던 대검 수뇌부는 분위기가 강경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수사 검사에게 사정을 듣고 난 후 검찰총장을 설득해 이 아주머니를 석방했다고 한다. 한 후배 검사는 “평소 수사할 때 자기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타인에겐 따뜻한 선배”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후보자는 2007년과 2009년 직접 연주한 색소폰 음반 2장을 발표한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최근엔 연주할 짬이 안 나 가끔 집 근처 공원에서 집사람과 산책만 한다”고 했다.
황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가 검사장 승진에서 두 차례나 탈락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늦깎이’로 검사장 승진을 한 후엔 막혀 있던 ‘관운’이 한꺼번에 터졌다. 2009년 1월 창원지검장이 됐고, 같은 해 8월 곧바로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2013년 11월 정부 측 대리인을 맡아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고 첫 변론과 마지막 변론에 직접 참여해 통진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됐다.
○ 언론 접촉 삼가고 곧장 청문회 준비
황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했다. 하지만 ‘부패 척결의 적임’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부패 척결’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국민 화합과 사회 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도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덧붙였다.
황 후보자는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읽은 뒤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제 생각을 소상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질문은 받지 않았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 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할 때도 “부족한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황 후보자가 언론 접촉을 극도로 삼가는 건 금품수수 의혹으로 총리직을 사퇴한 이완구 전 총리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구치소 방문 계획 등 외부 일정을 김주현 법무부 차관에게 일임하고 곧바로 국무조정실 관계자들과 함께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총리 임명 전날까지 감사원장으로 재직한 전례를 감안하면 황 후보자도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 재직 중에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또 다른 자리로 바로 지명된 건 황 후보자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