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논설위원
연금개혁 변질에 비분강개
현직 대통령의 인간적 체취가 담긴 호소는 군대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월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안) 가입을 독려하기 위해 셀카봉을 들고 윙크하며 스스로를 ‘디스’하는 코믹 영상을 찍은 것도 그런 ‘몸짓의 심리학’ 효과를 노린 것이다.
박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를 관저로 초청해 축하 저녁을 내면서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를 당부해 봤으면 한다. 여성 대통령이 간곡한 당부를 한다면 야당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주장을 고집하지 못할 듯하다.
박 대통령이 조용한 밤에 보좌관 한 명 데리고 문재인 대표의 구기동 자택을 찾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문 대표님. 5·2 여야 합의대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면 6년 만에 다시 세금으로 연 3조 원의 적자 보전액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차기 정권에서 그 힘든 개혁을 또 해야 하는데 만일 문 대표님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국민을 위해 애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수 국민은 대통령 편에 설 것이다. 대통령의 불통 논란도 일거에 사라질 수 있다.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야당은 힘을 잃을 것이 틀림없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에도 제1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직접 야당 당사를 찾아가 17시간 밤샘 토론까지 벌였다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일화는 그저 남의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는가.
4대 개혁의 촛불을 들어야
박 대통령은 19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방한에 맞춰 열린 한국-인도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어둠을 탓하기보다 촛불을 켜라’는 인도 격언을 인용했다. “경기 회복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경제의 재도약을 주도하겠다는 각별한 의지와 도전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