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협약 전문에는 ‘세계의 모든 인민을 위해 독특하고 대체 불가능한 유산을 보호한다’고 되어 있다. 한 국가의 문화유산이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려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 일본은 메이지 시대(1868∼1912년)에 한정한 것으로 일제 말기의 강제 징용과는 상관없다는 입장이지만 궤변이다. 나가사키 조선소를 방문해 메이지 시대의 나가사키 조선소를 구별해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방한 중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나 조선인 강제징용으로 악명 높은 하시마 탄광 등을 일본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하루 전날 이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보코바 사무총장에게 똑같은 우려를 표명한 마당에 “굳이 대통령까지 나설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등재 여부를 판단하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은 위원국들이 내린다.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사무총장은 개입하기 어렵다.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일본의 반발만 초래한 우려 표명이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