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30代 뇌출혈환자 가족 컨설팅
전현영 희연병원 영양사(오른쪽)가 뇌출혈 가족 병력이 있는 정상조(가명) 씨에게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뇌출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과 담배를 끊고, 과자 등 열량만 높고 영양가가 없는 간식을 피해야 한다. 희연병원 제공
‘뇌출혈’은 정 씨 집안의 내력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환갑이 넘은 시기에 뇌출혈로 세상을 떴다. 어머니는 84세에 뇌출혈이 나타나 생을 마감했다. 아들마저 뇌출혈인 상황에서 자신도 이따금 두통이 심해지면 걱정에 사로잡힌다.
뇌혈관 질환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병률이 2배 이상 높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흡연을 할 경우 발병 위험은 일반 사람보다 6배까지 높아진다. 정 씨의 아들은 평소 담배를 2갑 이상 피운 애연가였다. 다른 젊은이에 비해 뇌혈관 질환 위험이 훨씬 높았던 것이다.
정상조 씨의 자택 리모델링 후 모습. 변기의 높이를 조절하고 옆에 안전 바 를 설치했다. 희연병원 제공
의료진이 정 씨를 진단한 결과, 운동량이 부족해 복부비만이 나타나는 다른 노인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하반신 마비인 아내, 뇌출혈로 신체 기능이 마비된 아들을 돌보느라 몸을 많이 움직이는 편이다.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만보기를 사용한 결과 실내에서 간호하며 걷는 걸음만 1만1000보가 넘었다.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운동치료팀은 “실내에서 걷는 것은 같은 걸음 수라도 운동효과가 떨어진다”며 “하루 30분이라도 외부에서 걷기 운동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1만 보 중 최소 3000보 이상은 외부에서 걷는 것을 추천했다. 실외에서 걷기 운동을 하면 아무래도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줄여 혈액순환을 더욱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씨처럼 집안에 중증환자 2명이 있는 경우 시간을 내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현재 아들은 병상에 누워 있고, 아내는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한 상태다. 의료진은 “집안을 리모델링해서 휠체어로 간단한 이동, 배변활동 등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4월경 정 씨의 집안 시설물을 고쳤다. 약 30분은 정 씨가 집을 잠시 비워도 되도록 변기, 싱크대 등에 보조시설물을 갖춘 것이다.
홀로 간병인 생활을 하다 보니 정 씨는 영양을 고루 갖춘 식사를 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각종 건강보조식품과 과일을 섭취하는 것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정 씨는 “과일이 뇌혈관 질환에 좋다고 해서 많이 챙겨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당분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게 된다. 정 씨처럼 뇌출혈 가족력이 있는 경우, 1차적으로 당뇨병을 주의해야 한다. 단것을 섭취하는 것 자체가 당뇨병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다. 하지만 정 씨가 70대인 점을 감안하면 몸의 기능이 떨어져 혈당 조절에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 씨가 당뇨병 환자는 아니더라도 당분 섭취는 당뇨환자 기준에 맞추는 게 좋다.
전현영 희연병원 영양사는 평범한 가정식을 한다는 가정하에 하루 섭취할 과일의 양을 교육했다. 바나나 1개, 토마토 2개, 배 2분의 1개, 수박 2쪽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만일 주스를 통해 영양을 섭취하려면 하루 2잔 정도가 가장 적절한 양이다.
○ 술·담배는 줄이는 것이 아니라 끊는 것
가족을 간호하느라 따로 술 약속을 잡을 수 없는 정 씨는 최근 2년 동안 반주가 습관이 되어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한 병씩 비우는 것이다. 뇌혈관 질환은 혈관에 쌓인 지방 불순물들이 영향을 끼치는데, 술은 나쁜 지방이 쌓이는 것을 촉진한다. 의료진은 정 씨에게 “반주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3월부터 의료진의 제안에 따라 금연도 실천하고 있다. 평소 흡연량은 하루 한 갑. 최근엔 금단현상 때문에 매일 샌드형 과자 한 박스를 먹으며 군것질을 하는 게 습관이 됐다. 원래 단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습관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전현영 영양사는 “스틱형으로 만들 수 있는 채소를 간식으로 활용하라”고 말했다.
샐러리, 당근 등은 막대기 모양으로 손질이 쉬울 뿐 아니라 다른 채소에 비해 단단해 식품이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 정 씨는 “채소로 간식을 만들어 보니 생각보다 손질이 간단하고 군것질도 줄일 수 있어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치의 한마디]뇌압 오르면 위험… 넥타이-허리띠 졸라매지 마세요 ▼
이상민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환자의 아버지인 정상조(가명·71) 씨는 아직까지 뇌출혈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확실하게 드러난 상태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가족 중 두 명이나 중증 상태로 거동이 불편하므로 특별한 예방법 대신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간단한 수칙을 제안했다.
정 씨는 우선 고혈압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절해야 한다. 고혈압 환자는 뇌혈관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보통 혈압약을 복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 씨는 예외다. 5년 전부터 발병한 전립샘염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이 약이 혈압을 다소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높은 사람은 뇌압을 높일 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우선 숨을 참고 배에 힘을 과하게 주는 듯한 행동을 하면 안 된다. 넥타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을 피하는 게 좋다. 극단적인 예지만, 쭈그리고 앉아서 머리를 감거나 구두끈을 매면서 오랫동안 머리 쪽으로 압력을 주는 듯한 자세도 위험하다.
요새는 날씨가 따뜻하고, 더위가 계속되겠지만 추운 계절이 다가오면 찬바람을 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한겨울보다는 갑작스럽게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방심하기 쉬운데 이때 외출할 경우엔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이상민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