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항공기 지상이동은 항로에 포함 안돼” 1심 깨고 집행유예 선고 폭행 폭언-업무방해 등은 유죄… 움츠린 趙, 판결문 낭독에 연신 눈물 누리꾼들 “유전집유 무전복역” 들썩
쌍둥이 아들 생일날 집으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받아 구속 143일 만에 석방돼 법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은 조 전 부사장의 쌍둥이 아들의 생일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22일 항공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이날은 조 전 부사장의 쌍둥이 아들의 생일이다. 조 전 부사장은 전날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에 이 사실을 적고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램프 리턴이 발생한 계류장은 기장 등의 판단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회항이 일어나는 장소”라며 “항로에 지상 이동로가 포함된다고 해석되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국내법에 ‘항로’의 정의를 규정해 놓은 조항이 없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가 1, 2심 공판의 주된 쟁점이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의 보충 규정인 몬트리올, 헤이그 협약상 ‘운항 중’(탑승 후 항공기 문 폐쇄부터 개방까지)이란 개념에 항공기의 지상이동 상태도 포함된다”며 계류장 내 회항을 ‘항로 변경’으로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벌을 정할 때 1심이 주로 고려했던 조 전 부사장의 태도 등 ‘행위자에 대한 비난 가능성’보다 ‘범죄 자체에 대한 책임’을 더 중시해야 한다”며 “조 전 부사장이 처음부터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저해할 의도로 한 일이 아니고 실제 영향도 경미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조 전 부사장의 직원에 대한 예의와 배려심 부재, 승객들을 무시한 공공의식 결핍에서 비롯됐지만 조 전 부사장이 진지하게 반성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1심 이후 그동안 13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잔뜩 움츠린 자세로 두 손을 모은 채 앉아있던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가 선처의 뜻을 밝히자 연신 눈물을 훔쳤다. 재판을 마친 뒤 연녹색 수의를 벗고 준비해온 검은색 사복으로 갈아입은 조 전 부사장은 국내외 취재진 80여 명에게 가로막혀 10여 분간 법원을 빠져나가지 못하기도 했다.
이날 판결을 두고 누리꾼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여러 포털 사이트에는 “유전집유 무전복역” “반성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국토교통부 조사 때 박 사무장 등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한 혐의(증거인멸 및 은닉교사)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던 대한항공 여모 상무(58)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을 누설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국토부 김모 조사관(55)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