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로봇경연대회 ‘DRC’에 출전하는 한국 로봇 ‘똘망’. 국내 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했다. 똘망의 본체나 부품을 도입해 대회에 출전하는 팀은 25개팀 중 6개팀. 로보티즈 제공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DARPA에 따르면 이번 DRC에서 KAIST가 개발한 ‘휴보’와 국내 로봇기업 로보티즈가 만든 ‘똘망’을 사용하는 팀은 모두 8개 팀. 휴보 본체를 사용하는 팀은 KAIST와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 팀 등 2개 팀, 똘망 본체를 갖고 참가하는 팀은 로보티즈, 서울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독일 다름슈타트공대 팀 등 4개 팀, 똘망 부품을 활용해 만든 로봇으로 출전하는 팀은 독일 본대와 미국 버지니아공대 팀 등 2개 팀이다.
이 8개 팀은 한국산 로봇 본체나 부품을 기초로 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번 DRC에 출전한다. 나머지 팀들은 미국(10개 팀), 일본(5개 팀), 이탈리아(1개 팀), 중국(1개 팀) 로봇으로 대회에 나간다.
박상덕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로봇연구실용화그룹 수석연구원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한국 로봇을 활용하는 것은 그만한 성능이 뒷받침된다는 근거”라면서 “대량생산이나 가격 경쟁력 등을 고려해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산업이나 서비스 분야 로봇시장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팍스 로보티카’ 시대… 제조업 활용도 한국이 세계 1위 ▼
로봇 기술전쟁 - 현실속 진화
사람과 함께 일해도 안전한 산업용 로봇
현재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14년 한 해에만 전 세계에서 22만5000대가 판매될 만큼 규모가 커졌다. 그 가운데 25%가량인 5만6000대가 중국에 팔렸다. 한국은 3만9000대를 구입해 세계 2위였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제조용 로봇 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에서는 한국이 2013년 437대로 세계 1위 로봇 활용 국가로 성장했다. 다국적 시장조사 기업인 ‘스파이어 리서치’는 국내 산업·서비스 로봇이 2016년 20만1700대에 이르러 세계 최대 보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다품종 소량 생산 추세에 맞춰 사람과 로봇이 복잡한 작업을 나눠 맡을 수 있는 작고 안전한 로봇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 분야에선 독일 로봇 기업 ‘쿠카 로보틱스’에서 2006년 개발한 ‘LBR’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신 모델의 경우 무게가 24kg밖에 나가지 않는다. 동작 반경도 80cm 정도로 좁아서 사람과 로봇이 함께 작업할 수 있다. 특히 로봇에 사람의 몸이 닿으면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에 안전하게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경진호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국이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시장이 됐지만 국산 산업용 로봇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0% 수준”이라며 “기술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로봇 생태계가 아직 일본이나 독일 등 기계기술 선진국에 비해 덜 발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달과 화성 개척 일등 공신
로봇의 가장 큰 장점은 척박한 환경에서 사람 대신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로봇을 우주 탐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1970년 세계 최초로 바퀴가 달린 탐사용 로봇 ‘루노호트 1호’를 달로 쏘아 올려 달 표면에서 10.5km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1973년엔 ‘루노호트 2호’를 이용해 달 표면에서 37km를 누비며 카메라와 X선 측정 장치 등을 이용해 과학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은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로봇을 적극 도입했다. 1996년 화성탐사선에 무인 탐사 로봇 ‘소저너’를 실어 보냈다. 2004년에는 ‘오퍼튜니티’를, 2012년에는 ‘큐리오시티’를 각각 화성에 착륙시켰다. 이들 탐사 로봇은 화성에 물이 흘렀던 흔적을 포착하는 데 성공하는 등 우주 탐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은 “우주 로봇은 우주 탐사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GM과 함께 개발한 ‘로보노트(Robonaut)’는 우주와 자동차 생산 현장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수술 돕고 간병인 역할도 척척
최근에는 외과 수술에도 로봇이 대세다. 2000년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에서 개발한 수술 로봇 ‘다빈치’가 대표적이다. 로봇 팔 4개가 수술 부위를 넘나들며 10∼15배 확대된 입체영상을 제공한다. 의사의 손 떨림도 막아 수술 성공률을 높인다. 로봇 수술은 다양한 부위에 활용되고 있지만 갑상샘이나 전립샘 등에서는 치료 효과가 뛰어나 ‘스탠더드’ 수술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빈치 외에도 인공 관절 수술을 할 때 무릎 관절과 뼈를 깎는 정형외과용 로봇 ‘로보닥’(한국 큐렉소), 말초동맥 혈관의 막힌 부분을 찾아 주는 ‘마젤란’(미국 핸슨메디컬) 등이 사용되고 있다.
수술뿐 아니라 환자 간병에도 로봇이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2009년 환자를 들어올려 옮기는 간병 로봇 ‘리바’를 개발했다. 이 로봇은 두 손으로 환자를 들어올려 자세를 바꿔 주거나 휠체어나 변기 위로 옮겨 준다. 최근엔 체중이 80kg인 환자를 들고 좁은 공간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을 만큼 성능이 개선됐다.
하체 마비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입는 로봇)도 실용화 단계다. 일본에서는 의료 로봇 제조업체인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노약자 보조용 로봇다리 ‘할(HAL)’이 인기다. 피부에 붙인 센서가 근육의 전기 신호를 감지한 뒤 관절 모터를 작동시켜 보행을 돕는다. 대당 가격이 1억5000만 원을 호가하지만 전 세계에 470대 이상 팔려 나갔다. 이스라엘 ‘아르고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하체 마비 장애인용 로봇 ‘리워크(ReWalk)’는 국내 기업 ‘NT메디’가 수입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인증을 거쳐 국내 시판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수술용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KAIST, 한양대, 전남대 등 연구진은 뇌 수술용 로봇과 이비인후과 수술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유범재 KIST 책임연구원은 “간병이나 장애인 보조 로봇은 인간형 로봇 기술에서 파생돼 나올 만큼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실용성 있는 첨단 로봇 기술을 확보했느냐가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승민 enhanced@donga.com·최영준·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