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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 벌어도 안 쓴다

입력 | 2015-05-23 03:00:00

1분기 지출 비중 12년만에 최저… 가계 月흑자는 첫 100만원 돌파
불황형 흑자… 디플레 우려 커져



1분기 가구 살림 사상최대 흑자라는데…


올 1분기(1∼3월) 한국 가계의 소비지출이 소득보다 적게 증가하면서 전체 가구의 월간 흑자액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탓에 한국의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에 빠진 가운데 가계도 소비 위축에 따른 사실상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이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01만5000원으로 100만 원을 돌파했다. 가계수지 흑자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1∼3월) 이후 최대치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 소비성향’은 72.3%로 1분기만 놓고 봤을 때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반적인 가계의 살림살이는 다소 나아졌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7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4000원(2.6%) 늘었다. 문제는 소득이 늘었는데도 가계가 섣불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50만23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 늘어 2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에 머물렀다. 음식류와 주거, 보건처럼 필수항목에서만 소폭 지출이 늘었을 뿐 의류와 교육비 등에서는 지갑을 닫았다. 유가가 하락하고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뜻 추가 지출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소비 위축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경기 둔화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소비심리를 살리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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