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지출 비중 12년만에 최저… 가계 月흑자는 첫 100만원 돌파 불황형 흑자… 디플레 우려 커져
1분기 가구 살림 사상최대 흑자라는데…
올 1분기(1∼3월) 한국 가계의 소비지출이 소득보다 적게 증가하면서 전체 가구의 월간 흑자액이 역대 최대로 늘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든 탓에 한국의 경상수지가 ‘불황형 흑자’에 빠진 가운데 가계도 소비 위축에 따른 사실상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이면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22일 내놓은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01만5000원으로 100만 원을 돌파했다. 가계수지 흑자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1∼3월) 이후 최대치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 소비성향’은 72.3%로 1분기만 놓고 봤을 때 200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반적인 가계의 살림살이는 다소 나아졌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73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4000원(2.6%) 늘었다. 문제는 소득이 늘었는데도 가계가 섣불리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월평균 가계지출은 350만23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2% 늘어 2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에 머물렀다. 음식류와 주거, 보건처럼 필수항목에서만 소폭 지출이 늘었을 뿐 의류와 교육비 등에서는 지갑을 닫았다. 유가가 하락하고 통신비 부담이 줄어들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선뜻 추가 지출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