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애슐리 반스 지음·안기순 옮김/584쪽·1만8000원·김영사
일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여행을 주도하는 스페이스 엑스의 최고경영자인 그는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것들을 현실로 옮겨온 사업가다. 동아일보DB
전자결제 시스템인 페이팔로 벌어들인 돈으로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 엑스는 민간 우주왕복선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가 세운 테슬라는 거대 자동차 기업이 틈새시장으로만 여겼던 장난감 수준의 전기차를 최고급 세단으로 변신시켰다. 그가 대주주로 있는 솔라시티 역시 미국 주택의 지붕을 태양광 패널로 바꿔 가는 중이다. 언론을 통해 전해 들었던 이런 성공 스토리 덕분에 우리는 머스크를 범접하기 힘든 천재로만 여겨 왔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간된 공식 전기인 ‘일론 머스크’는 그의 성공뿐 아니라 실패를 객관적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지난해 스페이스 엑스가 선보인 우주캡슐 ‘드래건 V2’. 김영사 제공
머스크는 당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17인치의 컴퓨터 스크린을 차량 내부에 장착하고, 배터리의 무게를 극복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차체에 적용하면서 끊임없이 직원들을 몰아붙였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실현 불가능한 기술과 디자인의 이상향을 설정해 놓고 직원들을 무자비하게 독려했던 것과 비슷한 캐릭터를 머스크도 보여준 셈이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를 잘 알고 있는 벤처 투자가인 스티브 저벳슨은 머스크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론은 스티브 잡스와 마찬가지로 C급과 D급 직원을 용납하지 않아요. 하지만 잡스보다 상냥하고 빌 게이츠보다 약간 더 세련됐죠.”
2013년 당시 주문 물량이 줄고 현금 흐름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머스크가 구글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에게 테슬라를 매각하려 했던 비화도 소개돼 있다.
머스크는 상처가 많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 친구가 없는 외톨이였고 왕따를 당했다. 주위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었던 그를 두고 청각장애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의사들이 아데노이드(인두편도) 수술을 하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의 캐나다계 이민자인 머스크는 부모의 이혼으로 어머니 손에 자라기도 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