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중독자/필립 슬레이터 지음/304쪽·1만4000원·어마마마
억만장자들의 화려한 성공신화 이면에는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부(富) 중독’이 존재했다.
부 중독이 일부 수전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책의 6장 제목은 ‘탐욕의 민주화’다. 부 중독자들이 용납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언젠가는 부자가 될 것이라는 환상을 즐기는 잠재적 중독자인 탓이다. 기본적인 생활을 누리기 위해 경제활동에 몰입하는 것을 중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재화·용역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 그 자체를 추구한다면 이미 부 중독이다.
“만약 우리가 소수의 사람을 큰 부자로 만드는 데 상당한 국력을 바치지 않았더라면, 애당초 그들의 기부를 필요로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각자에게 돌아가야 할 자원(과 돈)을 한곳에 집중시켜 몇몇 사람을 점점 더 부자로 만든다(자신도 언젠가는 그런 운 좋은 소수에 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러고 나서 기본적인 생계 유지를 위해 작은 도움을 구걸하고, 부자들로부터 약간의 부스러기라도 떨어지면 감지덕지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