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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보좌관 갈수록 甲행세” vs “협박 안하면 자료 안줘”

입력 | 2015-05-25 03:00:00

[입법권력 숨은 실세, 국회 보좌관]공무원-국회 보좌진 신경전
툭하면 국회 호출-서면질의 폭탄… 일부선 지역민원 들어주며 ‘관리’




“대한민국 행정부는 국회라는 슈퍼갑(甲)의 횡포로 마비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지난해 8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노동조합은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제주 제주을)의 지역 민원을 들어주지 않자 의원실 보좌관이 담당자에게 두 달간 716건의 ‘폭탄 서면 질의’를 요구하는 식으로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보복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은 “기재부가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해 추가 질의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국회의 힘이 세지면 보좌진들의 갑질도 심하다”고 호소했다. 중앙부처의 한 국장은 “과거엔 국회 보좌진과 부처 직원 사이에 상호 존중감이 있었는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일부 보좌진이 고압적인 자세로 자료를 요구하거나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또 다른 인사는 “공무원들이 행정 분야에선 나름 전문성을 갖고 있는데 보좌관들이 무조건 ‘내 말이 옳다’며 으름장을 놓곤 한다”며 “행여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국회로 호출하는 탓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보좌진들은 정부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갑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한 보좌관은 “실무자들이 제대로 답변을 안 해주면 실·국장급 고위 공무원을 호출한다”며 “협조가 잘 안 될 경우 국정감사 때 집중적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식으로 ‘길들이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정부에서는 내놓기 싫어하는 자료를 불법만 아니면 어떻게든 받아내야 되는 게 능력 있는 보좌진”이라며 “공무원들이 각종 핑계를 대면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윽박지르거나 협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와 해양경찰청의 핫라인 녹취록이 공개됐다. 사고 발생 80여 일 만에 생생하게 공개된 육성에 국민들은 분개했다. 이 과정에서도 보좌관들은 거의 협박을 하다시피 해서 해경의 자료를 받아냈다는 후문이다.

일부에선 보좌관과 적정선에서 타협하기도 한다. 한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소관 상임위 활동을 오래한 보좌진과는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의원실의 지역구 민원을 들어주는 등 협조를 해준다”고 귀띔했다.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명절이면 담당 기관 등에서 보낸 선물들이 의원실 앞에 쌓인다. 국정감사 때는 의원실에 간식을 돌리기 위해 순회하는 피감기관 직원들도 눈에 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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