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권력 숨은 실세, 국회 보좌관]
입법방향 결정하는 ‘사실상 의원’… 상원 의원실엔 보좌진 30명 넘어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 상·하원 의원 보좌관들은 흔히 ‘선출되지 않은 의원(unselected lawmaker)으로 통한다. 의회 내 입법 절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입법 권한을 의회에만 부여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는 ‘정부 입법’이 없다. 그만큼 의원을 도와 실무적으로 입법을 진행하는 보좌진들의 판단과 결정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의원들은 한국 의원들보다 더 많은 보좌진을 두고 있다. 435명의 하원의원은 평균 15명, 100명의 상원의원은 33명에서 많게는 44명의 보좌진을 두고 있다.
숫자 못지않게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보좌관별로 임무가 비교적 뚜렷이 구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원의원의 경우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선임 보좌관을 축으로 입법 보좌진과 지역구 관리 담당 보좌진을 둔다. 비서실장은 주요 사안에 대한 의원의 정무적 판단을 돕고 주요 입법의 방향을 총괄한다.
이 때문에 연방의원 보좌진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 직종으로 꼽힌다. 보좌관 경험을 바탕으로 의원으로 도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현재 70여 명의 연방의원이 의회 보좌관 출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미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뒤 톰 대슐 전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워싱턴에 발을 들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