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5일 월요일 맑음. 대화가 필요해. #159 Chick Corea & Herbie Hancock ‘Homecoming’(1979년) 행콕-코리아 듀오 무대
23일 밤 서울에서 듀오 공연을 펼친 재즈 피아노 거장 허비 행콕(왼쪽)과 칙 코리아. 프라이빗커브 제공
23일 밤 서울재즈페스티벌을 찾은 두 피아노 거장 칙 코리아, 허비 행콕의 듀오 무대. 그랜드피아노 두 대 사이에서 기대했던 열띤 전쟁 대신 미지근한 정담만이 오갔다.
콘서트는 90분간 즉흥 연주로 진행됐다. 한때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를 건반으로 보좌했던 둘이 데이비스의 묘비에도 악보가 새겨진 ‘솔라(Solar)’의 주제부를 내비친 헌정은 인상적이었다. 스탠더드 ‘섬데이 마이 프린스 윌 컴(Someday My Prince Will Come)’, 행콕의 ‘캔털루프 아일랜드(Cantaloupe Island)’와 ‘워터멜론 맨(Watermelon Man)’, 코리아의 ‘스페인(Spain)’의 주제와 변주를 제외하면 둘은 절반이 넘는 시간을 조성(調性)과 박자마저 즉흥으로 맞추며 전개했다.
록 페스티벌만 한 관객 참여가 이뤄진 후반부는 흥겨웠던 만큼 아쉽기도 했다. 코리아는 ‘스페인’을 아란후에스 협주곡 주제로 열며 청중에게 ‘시-파#-레-(이하 한 옥타브 위)파#-시’의 화성 합창을 시켰는데, 이후 즉흥 선율까지 매우 잘 따라한 객석의 높은 수준에 만족한 나머지 두 거장은 의미 적은 글리산도(건반을 손톱으로 미끄러지면서 훑는 연주법)마저 남발하며 객석과 반응에만 집중했다.
좋은 날 야외무대에서 역사를 마주한 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다음엔 청중, 연주자 모두에게 높은 집중도를 선사하는 실내 공연장에서 둘을 봤으면 한다. 그때까진 두 거장을 이날의 사진과 옛 음반으로 기억하고 싶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