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代 남성 화재발생前 오전 1시에… 부탄가스 옮기는 모습 CCTV 찍혀 샌드위치 패널이 ‘화약고’ 역할, 15시간만에 진화… 경비직원 1명 사망 7층건물… 의류-원단 등 1600t 보관
25일 오전 11시경 경기 김포시 고촌읍 제일모직 김포물류센터에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소방 당국은 헬기 6대와 펌프차 36대, 물탱크 57대 등 소방장비 193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15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6시경에야 완전히 진화했다. 김포=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불이 난 곳은 경기 김포시 고촌읍 제일모직 김포물류센터. 연면적 6만2519m²,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로 제일모직이 운영 중인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곳이다. 불은 25일 오전 2시 16분 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됐다. 물류센터 지하 1층은 기계실, 1층은 물류 출고 대기장, 나머지 2∼7층은 의류보관 창고다. 화재 당시 물류센터에는 의류와 원단 등 약 1600t(추정)이 있었다. 이 가운데 80%가량은 의류 신상품과 재고, 나머지는 원단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 물류센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화재가 발생하기 1시간 전 한 남성(위쪽 사진)이 부탄가스 묶음이 든 상자를 옮기는 장면이 포착됐다. 아래 사진은 이 남성이 옮기던 상자 안에 4개들이 부탄가스 묶음과 화분 받침대가 담긴 모습. SBS TV 화면 캡처
소방당국은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진화가 어려웠다고 보고 있다. 물류센터의 벽은 글라스울(유리섬유)을 가운데에 넣고 양쪽에 철판을 부착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졌다. 길영관 경기도 소방재난안전본부 재난예방팀장(소방령)은 “샌드위치 패널은 겉이 철판이라 물이 잘 침투되지 않는다. 건물 창문도 작았던 까닭에 그 사이로 물을 넣어 진화하기가 어려웠고, 내부에 가연재(의류 등)도 아주 많았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의 붕괴 위험 때문에 이날 오전까지 내부 진입 소방관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잦은 대형 화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물류창고에는 샌드위치 패널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안형준 건국대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은 단열성이 우수하고 값이 싸기 때문에 외벽재로 많이 쓰이지만 화재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글라스울 외에도 스티로폼 우레탄폼 등이 내부재료로 쓰인다. 여영호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스티로폼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타올라 가장 취약하다. 양쪽에 덧댄 함석(양철)판은 스티로폼 두께로 지탱되다가 스티로폼이 녹아버리면 휘청하게 돼 붕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남 담양군 H펜션 바비큐장 화재, 2009년 11월 경기 이천시 W물류창고 화재에선 건물이 스티로폼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돼 피해가 컸다. ‘글라스울’은 스티로폼에 비해서는 불이 덜 잘 붙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안 교수는 “샌드위치 패널의 중간에 벽돌 등 불연재로 ‘방화(防火)구획을 넣어 끊어주면 불이 번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현재 건축법상 건물 외벽에 대한 관련 규정이 미비한데 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포=박은서 clue@donga.com / 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