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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라세티 왜 자꾸 시동꺼지나 했더니…

입력 | 2015-05-26 15:31:00


한국지엠 쉐보레 크루즈의 일부 모델에서 엔진오일이 냉각수 통로로 유입돼 엔진 고장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진오일과 뒤섞인 냉각수는 엔진과열을 막지 못해 심할 경우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2013년형 크루즈 차주 박지연 씨(30·가명)는 얼마 전 이 문제로 수리비 폭탄을 맞았다. 박 씨는 지난달 도로를 달리던 중 갑자기 엔진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차가 멈춰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박 씨는 “차량을 점검해보니 냉각수 탱크에 엔진오일이 들어갔었다”며 “운전자 잘못이 아닌 결함 때문에 피해를 봤지만 보상은 커녕 차를 고치는데 80만 원이나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한국지엠이 제공하는 5년에 주행거리 10만km의 동력계통 보증도 적용받지 못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이번 결함은 냉각수 통로에 있는 오일쿨러 개스킷이 손상돼 엔진오일이 스며들어 발생했으며, 해당 차량에 대해 엔진 및 냉각수 통로 세척과 관련부품을 교환해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엔진오일과 냉각수가 합쳐질 경우 희석돼 냉각수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내구성 약한 오일쿨러 개스킷을 사용한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형 라세티 프리미어 냉각수 탱크에 엔진오일이 유입돼 냉각수 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라세티동호회 갈무리


크루즈는 냉각팬 없이 냉각수만으로 엔진의 열을 낮추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일부 독일차도 비슷한 구조다. 그러나 유독 크루즈에서만 냉각수와 엔진오일이 섞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부품 내구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국지엠 정비담당 직원은 “크루즈 이전 모델인 라세티 프리미어에서 먼저 발생한 문제”라며 “수리를 해도 개선품이 아닌 기존 부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장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3년 라세티에서 냉각수에 엔진오일이 유입된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시 확인 결과 대부분 보증기간이 경과한 차량에서 이 같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한국지엠은 그해 2월부터 엔진보증기간과 동일하게 보증기간을 연장(5년/10만km)하고 기간 내 차량에 한해 무상수리를 해줬다.

하지만 라세티 차주들은 아직도 냉각수 오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문제로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는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총 15건의 신고가 접수된 상태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은 “이와 관련된 사항을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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