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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 개설해 요양급여 84억여원 챙긴 일당 검거

입력 | 2015-05-26 15:56:00


가짜 서류로 의료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만든 뒤 ‘바지 사장’을 내세운 ‘사무장병원’을 만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84억여 원의 진료비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011년 4월 허위로 의료생협을 설립해 서울 강서구에 요양병원을 열고, 2013년 말까지 건보공단에서 요양급여(건강보험 혜택) 84억3800만 원가량을 받아 챙긴 조모 씨(60) 등 7명을 의료법 위반, 공갈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비의료인은 병원을 개설할 수 없지만,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서는 의료생협이 조합원의 건강 개선을 위해 보건·의료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료생협을 설립하려면 조합원 300명, 출자금 3000만 원 이상을 갖추고 시·도지사의 설립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조 씨 일당은 가짜로 설립 요건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의 한 장애인협회 회장 오모 씨(53)는 협회 회원 명부에 수록된 장애인들의 주민번호와 통장정보 등을 이용해 조합원 정족수를 허위로 채웠다. 이 과정에서 명부의 인물이 살아있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사망한 사람까지 조합원 명단에 올렸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만든 의료생협 조합원 341명 중 정상적으로 조합에 가입한 사람은 20여 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 설립 과정에 작성된 회의록도 허위로 꾸며진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 일당은 서울시에서 의료생협 인가를 받지 못했지만 의료인을 고용해 복지부에서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았고, ‘사무장병원(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불법 의료기관)’ 형태로 요양병원을 운영했다. 병원에선 의사 10여 명이 노인 환자들을 주로 진료했고, 이를 통해 건보공단에서 요양급여 84억3800만 원 가량을 챙겼다. 경찰은 “의료기관 불법운영이 확인된 만큼, 건보공단이 부당이득금을 압류해서 환수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요양병원은 2013년 말에 폐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영업이 안 된다’ ‘수입이 없다’ 등의 핑계를 대며 납품대금, 임대료, 관리비 등을 제대로 내지 않은 뒤 병원을 폐업시켰다”고 말했다. 조 씨 일당은 1억6000만 원 가량의 음식재료를 납품한 신모 씨(57)가 대금을 달라고 요구하자 “가족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인천 등에도 추가로 불법 사무장병원을 운영 중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