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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교도소 이전-신설 더 늦출 수 없다

입력 | 2015-05-27 03:00:00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쓰레기소각장, 하수처리장, 정신병원 등을 이른바 ‘혐오 시설’이라는 이유로 유치를 반대하는 경향을 님비(NIMBY) 현상이라고 한다. 님비는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라는 뜻으로 1980년대 미국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에는 이런 ‘혐오 시설’에 교정시설도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학교 옆에 교도소가 웬 말이냐?” “교도소 찬성하는 지자체장 사퇴하라.” 얼마 전 구치소를 포함한 법조타운 신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내건 구호다. 현재 전국의 51개 시설 중 22개가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정부가 이전·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번번이 주민 반대로 무산·지연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교정시설이 혐오 시설일까. 교도소 하면 떠오르는 무채색의 담장과 철조망, 흉악범….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근거 없이 무조건 기피하는 것은 아닐까. 먼저 교정시설 인근의 치안 문제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반대다. 2013년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총 1614명의 재범 154건 중 교정시설 인근 2km 내 범행은 한 건도 없고 4km 이내로 넓혀도 4건에 불과하다. 즉 유흥가가 밀집된 도시 지역의 범죄 발생률은 높고 교정시설 주변은 낮다.

최근 신설된 서울 천왕동의 서울남부교도소는 통상적인 ‘감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 관공서와 같은 외관이고 녹지 공원이 조성돼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체육관, 테니스장 등 부대시설이 개방돼 주민들이 오히려 찾아오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교정·교화는 국가의 필수 기능이다. 그런데 우리는 시설의 노후화, 과밀화로 인해 효과적인 교정·교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안전사고 우려도 있고 낙후된 설비로 인해 수용자들에 대한 인간적인 처우도 어렵다. 수용 시설의 현대화가 절실한 것이다.

최근 님비 현상에 반대되는 뜻으로 ‘핌비(PIMBY)’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제발 내 뒷마당에(please in my backyard)’라는 말의 앞글자를 딴 단어다. 공익 시설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세계적인 관광지와 휴양지, 대학 도시도 시설의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교도소가 4개나 들어서 있다고 해서 취리히가 루체른보다 열악한 도시가 되는 게 아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