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덩샤오핑이 설계한 10년 주기 권력교체 최고지도자감은 지방 성의 당서기 맡아 단련과 평가받아 검증과정 없는 김일성 왕조의 세습은 국가적 재앙의 뿌리 김정은은 황폐한 인성과 측근 조언그룹 부재 드러내
황호택 논설주간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권력이 3대 세습됐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라고 할 수도 없는 전제왕조다. 김정은은 27세에 공개적 검증 과정이나 후계자 수업도 없이 최고 권력을 승계했다. 북한과 중국의 후계자 선발 및 육성 과정을 비교해보면 김일성 왕조의 세습이야말로 모든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는 뿌리임이 드러난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들은 모두 31개 성과 성급 직할시의 당서기를 거친 사람들이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상하이 시장을 지냈지만 꼭 인구가 많고 큰 성이 아니라 문제가 있는 성에서 단련하고 평가받은 지도자가 발탁되기도 한다. 후진타오는 1989년 티베트자치구에서 당서기로 임명된 후 소요사태를 신속하게 진압해 덩샤오핑의 눈에 들었다.
시진핑의 뒤를 이을 6세대 지도자로 광둥 성 당서기 후춘화, 충칭 시 당서기 쑨정차이, 루하오 헤이룽장 성 당서기가 거론된다. 후춘화와 쑨정차이는 1963년생으로 시진핑이 10년 임기를 마치는 2022년에는 59세가 된다. 시진핑도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물려받은 것이 59세 때다. 이순(耳順)에야 비로소 최고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주석의 임기를 4, 5년 남겨놓고 후계자를 부주석에 올려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한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공산당의 예비 역량으로 불리는 청년조직으로 단원이 9000만 명가량이다. 공청단은 14∼28세의 청년 인재를 선발해 공산당을 이끌 리더로 육성한다. 후진타오와 시진핑은 공청단 최고책임자를 지냈다.
권력이 수백 년 동안 세습된 왕조의 역사를 보더라도 후계자를 미리 지목해 준비시키고 세상 물정을 알 만한 나이에 권력을 물려주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방할 수 있다. 김정일은 20년 동안 아버지 밑에서 후계 수업을 했다. 이에 비해 김정은은 이복형인 김정남과 친형인 김정철이 후계자 반열에서 제외되고 김정일이 급사하면서 후계자로서 단련하고 준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최고 지도자가 됐다. 김정일이 선군(先軍)주의 국가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사병생활을 시키고 김일성종합군사학교(2년 과정)에 보낸 것이 거의 유일한 후계 수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군사훈련과 무기 실험 외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
최근 탈북한 노동당 중간 간부에 따르면 고모부 장성택이 끔찍하게 처형된 이후 김정은 앞에서 감히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측근이 주변에 존재하지 않는다. 군 총정치국장을 하다 당비서로 밀려난 최룡해나 외무상 이수용도 장성택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나온 이후 힘이 빠졌다는 것이다. 북한 군부 최고 실세로 통하던 이영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군총참모장도 모든 직무에서 전격 해임된 뒤 처형됐다.
황호택 논설주간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