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산업부
사실 방통위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불법 보조금’과 이로 인한 ‘대란’이다. 이 둘을 잡기 위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불법 보조금 때문에 지금까지 이동통신 3사가 제대로 요금제 경쟁을 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동통신 3사가 앞다퉈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이동통신 시장이 요금제 경쟁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불법 보조금이 다시 등장해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대란까지는 아니지만 불법 행위가 이어져 과열 양상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요금제 경쟁으로 가려 했던 시장 분위기가 한순간에 돌변했다”면서 “불법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요금제 경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알뜰폰은 이달 들어 가입자가 500만 명(8.8%)을 넘어섰고, 정부는 조만간 통신사를 하나 더 만들어(제4 이동통신) 경쟁 강화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통신요금 인가제도 곧 폐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파격적인 요금제가 경쟁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휴대전화를 새로 구입할 때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는 대신에 20%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도 등장했다.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모두 ‘통신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근거한 움직임이다.
이런 시장의 급변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변화의 핵심을 간파하고 그 흐름을 타는 것이다. 지금 이동통신 시장 변화의 핵심은 ‘경쟁’이고, 이동통신 3사는 ‘진짜 요금제 경쟁’을 통해 그 흐름을 타야 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