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켜요 착한운전]<11>여성운전자가 행복한 운전을
○ 무시당하는 여성 운전자
동아일보-채널A 공동기획 ‘시동 켜요 착한운전’ 취재팀은 20일부터 일주일간 전국의 20∼60대 여성 운전자 182명에게 ‘여성으로 운전하기’와 관련된 여러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60.4%인 110명은 여성 운전자라는 이유로 상대편 운전자가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설문 과정에서 “상대 남성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는데도 ‘운전을 이런 식으로 하지 말라’며 훈계한다” “앞 차가 너무 느리기에 추월했는데 내가 여자라는 걸 알고 기어이 내 차를 추월했다” 등 항변이 쏟아졌다.
접촉사고 때 남성보다 여성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하는 선입견도 여전했다. 운전학원 강사로 일하는 윤모 씨(51·여)는 “2년 전 신호대기 중에 내 차가 받혔는데 상대 운전자는 ‘여자분이니까 실수할 수 있다’며 내 잘못으로 몰았다. 상대방뿐 아니라 보험사 직원들조차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서야 뒤 차의 잘못임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한 20대 여성 운전자는 “택시가 앞으로 무리하게 끼어들다 내 차와 사이드미러가 살짝 부딪혔는데 마치 어린아이한테 훈계하듯 화를 내고 가버렸다”고 토로했다.
○ “한 번 더 양보하라” 여성 운전자를 위한 조언
베테랑 여성 운전자에게 도로 위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성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윤영미 안실련 어머니안전지도자회 부회장은 “겁을 내지 말아야 남성 운전자로부터 억울한 상황을 당했을 때 정확히 권리를 찾을 수 있다”며 “다만 싸우려고만 하는 것보다 양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수진 교통안전공단 차장은 “방어운전에 신경 쓰는 것이 30년 무사고의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주변 남성 운전자들의 선입견을 바꿔주고 배려 운전 준수를 당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강순입 인천여성운전자회 부장은 “아들에게 여성 운전자를 무시하지 말라고 늘 당부한다”며 “지금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여성과 남성이 도로 위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최혜령 herstory@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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