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리엄에 적합하게 호리병 모양으로 만들면 실내에 걸어두고 미니 정원을 연출할 수 있다. 오경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워드 박사는 유리 온실이 일종의 대기권으로 밀봉돼 있는 지구와 같이 생태순환효과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리온실에 있는 수분은 사라지지 않고 증발이 되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물방울이 되어 떨어졌고, 밀봉된 공간은 식물이 숨을 쉬면서 공기가 지속적으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로 순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워드 박사는 이 의외의 발견에 포기했던 고사리 키우기를 다시 시작했다. 와디언 케이스라고 이름 붙여진 미니 온실에서 고사리는 무럭무럭 자라났고, 그는 당시 친구였던 영국 왕립식물원 큐 가든의 수장이었던 윌리엄 후커 경에게 자신의 고사리를 자랑했다.
이 와디언 케이스의 발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국의 차를 인도 아삼과 시킴 지방으로 옮겨 대규모 차 농장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국이 가져간 경제적 이득은 숫자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워드 박사가 이 발명의 대가로 받은 것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경제와 산업과는 상관없이 죽는 날까지 자신이 발명한 온실에서 고사리를 키우는 일에만 매달렸고, 그가 죽은 후 남겨진 유산을 정리했을 때 2만5000종의 고사리 채집본이 남았다.
아직도 식물은 그때의 와디언 케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운반이 되고 있다. 그런데 워드 박사의 고마움은 이제 식물 운반의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가 않다.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정원이라고 일컬어지는 테라리엄이 바로 이 워드 박사의 와디언 케이스로부터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생활 속에서 정원에 대한 목마름을 늘 안고 사는 우리들에게도 이 테라리엄은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바빠서 물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조차도 테라리엄이라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요즘은 디자인에서 많은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밀봉을 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뚜껑을 닫지 않고 열어두는 형태로 좀 더 자유롭게 유리병 속에서 정원을 연출하기도 한다. 물론 뚜껑을 열어두었다면 밀봉 상태보다는 훨씬 더 물의 증발이 빠르고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전혀 주지 않을 수는 없다. 다만 가뭄에 강한 선인장을 포함한 다육식물을 이용하면 뚜껑을 열어두어도 물주기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테라리엄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유리병을 준비하자. 대부분 유리병은 주둥이가 몸통보다 좁기 때문에 식물을 심을 때 손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별히 손잡이가 긴 핀셋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맨 밑에 물이 모여 있을 수 있는 저수층을 위해 자갈을 깔아준 뒤, 원예상토(다육식물의 경우는 모래 반, 원예상토 반의 혼합이 좋다)에 식물을 핀셋으로 집어 유리병에 넣어 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