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물을 망가뜨리는 반달리즘을 일삼던 길거리 부랑아에서 20세기 스타 작가로 떠오른 바스키아. 활동 기간은 10년도 안 되지만 1970, 80년대 뉴욕 빈민가 청소년들이 ‘그들만의 문화’로 즐긴 그라피티를 현대미술로 격상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힙합 문화가 움트던 시대에 그라피티는 자유와 반항을 표출하는 비상구였다. 요즘은 상업화 추세에 따라 대기업 광고와 패션, 디자인에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에 원정 와서 지저분한 낙서를 남기는 통에 지하철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달 초 대구와 인천 지하철 전동차에 울긋불긋한 스프레이 낙서를 남긴 범인이 2인조 외국인으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에 잡힌 20대 독일인과 그리스인의 범행은 치밀했다. 사전답사를 한 뒤 심야시간대 환풍구 문을 부수고 침입해 낙서를 남기고 곧바로 출국했다. 순전히 자기 과시와 희열을 위한 흔적을 남기려고 입국했던 것이다. 올해 3월 서울 신논현역 전동차의 그라피티도 같은 독일인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공공재물 손괴 등 혐의로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