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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수출’하는 유아교육…기숙사 2년 공짜에 60% 이상 장학금?

입력 | 2015-05-28 14: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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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는 매년 어린이날을 즈음해 지역 유아들과 주민을 초청해 인형극과 각종 체험 활동을 제공하는 ‘꼬나꼬나’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꼬나꼬나’는 ‘고네고네’에서 유래된 말로 옛 어른들이 아이들의 다리 힘을 길러주기 위하여 행하던 전통 육아방법인 동시에 놀이다. 2015년도 행사를 마친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유아교육과 학생, 교수, 졸업생들. 사진=한국교원대 제공

우리 조상들이 지키며 즐겼던 세시풍속은 좋은 교육 경험이 될 수 있다. 2014년 동지(冬至)풍속 즐기기 워크샵에 참가한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학생들이 ‘새알 동동 팥죽 동동’이라는 주제로 팔죽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고 팥죽을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사진=한국교원대 제공

김경철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학과장과 학생들이 인터뷰를 마친 직후 실제 유치원 교실처럼 꾸며 놓은 유아놀이 활동 지도실에서 기념사진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경철 교수, 장예솔, 김나현, 전치우 씨. 안영식 기자 ysahn@donga.com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는 매년 홈커밍데이를 열어 소중한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 졸업한 선배들의 다양한 직업경험을 통해 재학생들의 미래를 그려보고, 졸업생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재학생들이 졸업생 선배들에게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국교원대 제공


유아교육도 수출한다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 중, 토끼의 입장에서 거북이에 대해 평하고, 거북이의 입장에서 토끼를 평해 보세요.”

몇 년 전 실제로 출제됐던 한국교원대학교 유아교육과 수시 면접 질문이다.
김경철 유아교육과 학과장은 “사고의 유연성을 체크해 보려고 낸 질문이다. 일단 이 우화에서 토끼는 게으른 사람, 거북이는 성실한 사람을 상징한다. 그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거북이가 잠자고 있던 토끼를 깨우지 않은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이 질문을 통해 학생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장차 교사가 되면 유아들의 서로 다른 적성을 살려줄 수 있는 사고의 유연성이 있는가를 들여다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아, 초등, 중등교사를 통합적으로 길러내는 종합교원 양성대학이다. 이와 함께 현직 교원 연수, 교육연구 등 3개 기능을 유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특수목적 국립대학이다. 바로 이런 시스템 덕분에 다른 대학 유사학과와 차별화한 유아교육과의 장점과 특징이 있다.

장예솔 씨(4학년)는 “우리 학교는 학부생 때부터 ‘대학원 재학 선생님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학부생보다 ‘내공’이 깊은 현직 국·공립 유치원 교사들인 대학원 선생님들로부터 유아교육의 이론과 실제에 대해 많은 것을 전수받을 수 있다. 대학원 선생님들이 멘토로서 학부생의 팀 프로젝트나 진로에 대해 알토란같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또한 국립 유치원인 한국교원대 부설유치원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실습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한국교원대가 운영중인 해외봉사 프로그램 중 국제교육실습을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유치원에서 실습과정을 수료할 수도 있다. 장예솔 씨는 미국 이스턴 미시건대에서 6주동안 해외실습을 했다.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는 유아교육 콘텐츠와 교수진을 ‘수출’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국내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길림성 길림사범대와 유아교사 양성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경철 교수는 “중국도 요즘 유아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양질의 유아교사가 절대 부족하다. 중국 교육부는 길림사범대 유아교육과에 200명을 인가해 줬는데, 그중 30%는 유아교육 선진국의 교수진이 가르쳐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국내 여러 대학 중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취업도 글로벌시대다. 중국 진출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한국교원대는 유아교육과, 중국어 교육과, 국어교육과 등 3개 학과가 모두 있는 유일한 대학이고, 유아, 초등, 중등 구분 없이 복수 전공으로 교원자격증 2개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교원대 합격=교사 임용’ 이었다. 각 시도교육청이 추천한 학생만이 입학할 수 있는 지역할당제를 실시했고, 졸업하면 자동적으로 바로 그 지역의 교사로 임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 임용’이 위헌 판결을 받음에 따라 지금은 일반대와 마찬가지로 성적순으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아교육과는 취업률 향상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우선 교사 임용시험을 대비한 각종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교직 논술시험(1차)을 위한 외부강사 초빙 특강과 유치원 교육과정 시험(2차) 대비 특강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교원대 부설 유치원과 연계한 모의수업 실연은 임용시험 2차 대비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교원 임용시험 중 교직적성 심층면접에 대비한 모의면접 영상시스템실도 운영중이며, 임용시험에 합격한 현직 유치원 교사들인 대학원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는 ‘임용시험 스터디’도 활발하게 가동 중이다.
학과 차원의 이런 지원은 꾸준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2015학년도 유치원 교사 임용시험의 경우 4학년 재학생 17명 중 13명이 응시해 8명이 최종 합격함으로써 응시자 대비 61.5%라는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졸업생 10명도 합격했다.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는 입시 때 면접을 중요시 한다. 수시는 물론 정시에서도 심층면접을 한다. 그런데 면접 방식이 ‘교육적이며 인간적’이다. 대기실에서 수험생들은 5~10분전 면접 질문지를 받는다. 답변을 적어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면접 때는 자신이 적은 답변 메모를 보면서 대답해도 된다. 이에 대해 김경철 교수는 “면접은 순발력 테스트가 아니다. 면접은 그렇지 않아도 떨리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교수들)이 갑자기 툭 던지는 질문에 당황해서 제대로 답변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전에 질문지를 준다. 준비할 시간을 10분 이상 주면 좋겠지만 면접 인원이 많아 충분한 시간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학년도 정시 수능 전형으로 합격한 김나현 씨(3학년)는 “첫 번째 질문은 ‘왜 유아교육과를 지원했는가’로 예상 가능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은 ‘스마트 기기 중 하나를 골라서 유아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였는데,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편 전치우 씨(1학년)가 공개한 2015학년도 수시 면접 질문은 교사로서의 꿈을 착실히 키워온 학생이 아니라면 10분 안에 설득력 있고 논리적으로 답변하기에는 다소 까다로웠다. ‘최근 교권침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교권침해의 원인이 무엇인지, 교사로서 이에 대한 대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라. 만약 교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 이유를 말하라.’ 전 씨는 “교권침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그 원인은 겉으로 볼 때는 입시에만 초점이 맞춰진 현 교육제도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아동을 어른 이전의 단계 혹은 미숙하다고만 여기는 우리나라의 아동관이라고 답했다. 또한, 교사로서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학생의 입장이 되어보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추가 질문들도 있었다. 내 답변 중,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예시한 상황을 실제로 겪어본 적이 있는지, 재수할 때 무엇을 했는지, 남학생으로서 유아교육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 유아교육과 합격선은 어느 정도일까. 입학 정원(20명)이 많지 않아 경쟁률이 매년 차이가 있는데, 수시 일반전형의 경우 2.5등급에서 3등급 사이다. 하지만 안정권은 2등급 안팎이다. 장예솔 씨는 교직적성 우수자(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했는데 1등급 1~2개, 2등급 1~2개였다. 역시 수시(입학사정관) 합격자인 전치우 씨는 내신 성적 1.7~1.8 등급 사이였고 당시 최저등급은 국영수탐 합 12등급 이었다. 반영비율은 생활기록부 20, 서류심사 50, 면접 30이었다. 수능 정시로 합격한 김나현 씨는 언어, 수리, 외국어 합이 5였고 사탐 2과목은 평균 2였다.

등록금 부담이 만만치 않은 요즘, 국립대 재학생은 효자, 효녀다. 그런데 한국교원대는 국립대 중에서도 등록금이 더 저렴한 편에 속한다. 단과대학(1대학, 2대학, 3대학, 4대학)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1대학에 속한 유아교육과의 2015학년도 1학기 등록금은 143만7000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적게는 30~40만 원에서 많게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있어 등록금을 모두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교원대는 60% 이상이 한 가지 이상의 장학금을 받고 있으며 성적 우수 장학금 수혜 비율은 30%다. 유아교육과는 전체 학생의 50%가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다.

숙식은 2년 동안 ‘공짜’다. 한국교원대 학부생은 입학 후 2년간 의무적으로 ‘사도교육과정(예비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 및 기본자세를 확립하는 인성함양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 2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한 학기 기숙사비(식비 포함)는 약 90만 원인데 4개 학기는 무료인 것이다. 유아교육과 학회장인 김나현 씨는 “처음에는 공동생활 자체가 낯설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고 돕는 과정에서 교사로서 갖춰야할 자질을 함양할 수 있다. 룸메이트는 다른 학과 학생, 고향이 다른 학생을 배정받는다”고 말했다.

청주=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