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스포츠부 차장
불법 스포츠 도박에 승부 조작 혐의까지 받고 있는 전창진 감독은 조사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이에게 범법자로 낙인찍혀 있다. 전 감독의 법정대리인 이정원 변호사는 27일 서울 중부경찰서를 찾아갔다. 수사 중인 사건을 언론에 노출시킨 것에 대해 항의한 뒤 빨리 소환 일정을 잡아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전 감독은 외출도 하지 못하는 등 이미 감옥에 갇혀 있는 상태다.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는데 왜 소환을 빨리 안 하는지 모르겠다. 현재 상황에서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니 다른 증거를 찾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에는 전 감독의 초기 대응이 빌미가 됐다. 위의 농구 관계자 말처럼 적어도 구단, 그리고 한국농구연맹(KBL)과는 연락했어야 했다. 26일 오후부터는 구단 측과 연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극적인 해명이 아닌 ‘잠적’을 택한 것은 ‘혐의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살 수밖에 없었다. 전 감독이 하루라도 빨리 기자회견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이다. 경찰에서 떳떳하게 조사를 받은 뒤에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방향이든 결론이 날 때까지 KGC 구단과 프로농구계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 전 감독이 떳떳하다면 기자회견까지는 아니더라도 더는 숨어 있지 않아야 한다.
이승건·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