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건강 리디자인/아이건강, 평생건강]서울 가인초등학교 아이들 중간 점검
고도 비만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까지 있는 가인초등학교 6학년 박기철 군(오른쪽)이 어머니(왼쪽)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에서 조자향 소아내분비대사과 전문의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조자향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전임의의 말이다. 조 전임의는 동아일보가 진행하는 ‘2015 건강 리디자인-아이 건강, 평생 건강’ 기획 가운데 비만 프로젝트에 참여한 서울 가인초등학교 학생을 진료한 의사다.
가인초등학교에서 정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정받은 3학년 장근호, 이동국, 김선홍(이상 가명) 군. 세 아이는 3월 말 첫 진료에 이어 한 달여가 지난 최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 결과를 최종 확인하고, 식이요법과 운동 처방의 이행 여부를 점검받았다.
세 아이 외에 특별한 학생이 병원을 방문했다. 바로 이 학교 6학년 박기철(가명) 군이다. 가인초등학교 최순주 교장과 임명숙 보건교사는 “기철이가 비만 프로젝트의 대상인 3학년은 아니지만, 프로젝트에 참여해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철이를 추천했다”고 말했다.
기철이는 한눈에 보기에도 비만이 심각했다. 키 153cm인 기철이는 몸무게가 76kg으로 웬만한 성인보다 더 나간다.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32가 넘는 고도 비만이다. 여기에 몇 년 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
기철이는 또래보다 뼈가 빨리 자라는 조숙증도 있었다. 부모가 모두 키가 큰 편이라 성인이 되면 178cm까지 커야 하지만, 비만과 조숙증이 계속된다면 170cm 초반에 그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같이 온 기철이 어머니는 “기철이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며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하는 게 늘 안타깝다”고 말했다. 기철이네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아이들의 진료를 총괄한 이 병원 최진호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기철이는 향후 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 좀 더 적극적인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한 달에 1kg 정도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섭취 칼로리는 2100Cal가 적당하며, 6개월간 최소 6∼7kg을 빼야 한다는 주문도 받았다.
3학년 아이들 세 명은 한 달 전 처방받은 식이요법을 비교적 잘 지켰지만, 운동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 명 중 근호는 2kg 가까이 체중을 줄여 성과가 가장 좋았다.
키 134cm에 몸무게 49.2kg이던 근호의 몸무게는 2kg 가까이 줄어든 47.5kg이었다. 평소 즐기던 아이스크림, 치킨, 탄산음료 등 간식을 대폭 줄인 결과다. 이 병원 진영수 스포츠건강의학센터장이 처방해 준 대로 어머니를 도와 청소, 설거지, 심부름 등 집안일을 많이 해 활동량을 늘린 것도 감량에 성공한 이유로 보였다.
하지만 혈액검사 결과 근호는 총콜레스테롤과 식전 혈당 수치가 높아 이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호는 식전 혈당이 dL당 99mg으로 정상 범위(70∼99mg)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dL당 200mg으로 정상 범위(199mg 이하)를 넘어섰다. 최 교수는 “치킨이나 피자 등 간식을 더 줄여야 하지만 체중을 너무 급격하게 빼면 성장에 문제가 있어 안 된다. 하루 1800Cal는 먹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145cm에 49.2kg인 선홍이도 식전 혈당 수치가 dL당 97mg로 정상 범위에 들지만 위험한 수준이었다. 총콜레스테롤은 dL당 199mg 이하가 정상 범위이지만 164mg에 이르러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최 교수는 “선홍이는 간 기능 검사 등에서 별다른 합병증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체중을 감량할 필요는 없으며, 적절한 식이요법과 충분한 운동으로 현재 체중을 6개월에서 1년 정도 유지하면 키에 맞는 적당한 체중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소아 비만의 합병증에는 고혈압, 고지질혈증, 동맥경화증, 2형 당뇨병 등이 있는데, 치료의 목표는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비만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 습관의 교정과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하므로 가족과 부모의 적극적인 협조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