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복자화 완성한 천주교 이콘연구소장 장긍선 신부-최진호-이정희 씨
최근 완성된 한국 순교 복자 124위 복자화를 배경으로 천주교 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장인 장긍선 신부(가운데)와 제작에 참여한 최진호(왼쪽) 이정희 씨가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7개월에 걸쳐 순교 당시 신분과 나이에 어울리게 복자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6일 서울 중구 중림로에 있는 천주교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소장 장긍선 신부)에서 만난 ‘한국순교복자 124위 복자화’의 모습이다. 이콘은 주로 동방교회에서 발달한 예배용 그림을 가리킨다.
이 복자화는 장 신부와 최진호 이정희 씨의 작품으로 꼬박 7개월이 걸렸다. 판에 천을 덧붙이고 아교를 칠하는 판 작업에만 두 달이 걸렸다. 이탈리아와 러시아 등지에서 공수해 온 천연 안료가 사용됐다.
복자화는 전체적으로 화려한 분위기가 강하다. 순교의 고통을 겪었지만 천상의 영광을 얻었다는 의미에서 실제보다 밝고 아름답게 묘사됐다는 설명이다.
29일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된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의 기념일이기도 하다.
“날짜를 맞춘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복자 기념일을 앞두고 그림이 완성돼 그 의미가 더 깊다. 가톨릭에서 복자와 성인들은 일반 사회의 위인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 복자화를 보고 기도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이 신앙 선배들의 삶을 충실히 따르기를 바란다.”(장 신부)
최진호 씨는 “자료가 많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쉽지 않았다”며 “복자들의 삶을 공부하고 표현하면서 스스로의 신앙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정희 씨는 “이콘의 전통적인 기법을 바탕으로 우리 복식과 순교사에 맞춘 복자화를 완성해 기쁘다”며 “기교보다는 마음으로 작업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콘은 그리스도교 미술의 초기 형태인데 단순하면서도 깊은 영성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불화(佛畵)의 진수를 맛보려면 경전과 교리를 잘 알아야 하는 것처럼 이콘 역시 성서와 교리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공들여 이콘 작업에 매달리면 그림은 물론이고 신앙 공부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장 신부)
연구소는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길 갤러리1898에서 제8회 이콘연구소 회원전 ‘영혼의 빛을 따라서’를 연다. 복자화와 함께 회원 30여 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02-727-2336, 7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